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은 Mar 22. 2024

인간은 타인이 필요하다

-던져진 존재


이 세상에 우린 던져졌다. 

태어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던져진 것이다. 자기 스스로 탄생을 결정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던져진 이후엔 20년쯤 부모의 도움으로,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서 살다 독립한다. 가정을 꾸리거나 그렇지 않거나, 마찬가지다.


-운명


좋은 집, 부유한 집, 유복한 집, 따뜻한 집에서 자라날 운명의 아이들은 축복받은 것이리라.

반대로, 나쁜 집, 가난한 집, 박복한 집, 차가운 집에서 자라날 운명의 아이들은 어려운 조건을 부여받은 것이고. 탄생과 성장은 나의 선택이 아니다. 나는 그저 그 조건과 환경에 던져졌을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독립이란 말엔 진정 깊은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순전한 자기 결정, 순전한 자기 책임, 그리고 순전한 자기 행위의 장이 열리게 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 세상에 내던져질 때 어떤 조건과 환경을 부여받았든 상관없이 독립 이후엔 온전히 자기 삶을 시작해야만 한다. 그것이 독립이다.


-독립


우리사회, 독립 지체 사회다. 

스무 살이 넘고, 대학엘 가고, 사회 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온전히 독립하지 못한 이들 천지다. 이들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스스로 책임질 줄 모르며 자기 행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그것은 독립하지 못했다는 증거이리라. 독립은 나이와 무관하다. 어떤 사람은 10대 때 이미 독립의 토대를 다지는 반면, 어떤 사람은 환갑이 넘어도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지 못한다. 독립은 신념이고 행위이며, 선언이다. 나 홀로 서겠다는 위대한 여정의 출발점이다.


교육의 목적도 사실 온전한 독립에 있다. 

10년 이상 교육받고도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독립하지 못한다면, 이는 헛 교육 받은 것이다. 나는 좋은 대학 입학생을 두고 교육 잘받았다고들 말하는 것에 대해 헛소리라고 단언한다. 그건 그저 문제풀이에 능했다는 하나의 지표, 매우 수동적인 자세로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자신을 내어주었다는 증거물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성적이란 지능이나 성실성과 무관하지는 않다. 아니, 연관성이 깊다. 그러니, 이것이 한 인간의 성공적 삶 여부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마치 미래를 예견하는 만능 지표인 것마냥 떠들어대는 것엔 코웃음을 칠 뿐이다. 인생, 그리 만만하지 않다.


-주체성


문제풀이 기계, 명문대생보다 더 중요한 성공 예측 지표는 다름아닌 독립성, 주체성이다

자기 삶을 자기 힘으로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 기개, 포부, 책임감이 바로 성공의 바로미터다. 이것은 어느 분야, 어느 사회,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거의 틀림없는 성공 예측 지표다. 그러니,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고 싶은 부모일수록 독립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자기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힘을 지닌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것 말이다.


-타인


내가 독립한 인간이라고 해도, 세상을 홀로 살아갈 방법은 없다. 

우린 어울려 살아갈 타인이 필요하다. 나는 내가 살기 위해 남을 도와야 한다. 내가 남을 도와야 나 역시 도움이 필요할 때 타인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 그러니 이타성이란 본래 생존 본능에 속하는 것이다. 유달리 착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나는 내가 더 윤택하고 안전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타인이 필요하다.


-행복한 삶


타인엔 여러 카테고리가 있겠으나 가장 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타인 그룹은 내 삶의 질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가족과의 친밀성, 친구 관계, 종교 관계 등은 내 삶의 안정성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사람으로부터 길러지고, 위대한 인간은 위대한 타인으로부터 생겨나는 법이다. 노년이 되어 죽을 날을 바라보는 그 순간까지도 우린 타인에게 기대야 한다. 고독은 나를 지탱하지만 고독만으론 불완전하다. 모든 것은 적당해야 한다. 고독도, 관계도 마찬가지다.


함께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고, 산책을 할 수 있고,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타인이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인간은 이러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품을 들여야 한다. 그것은 전혀 무가치하지 않다. 아니, 매우 가치가 크다.


나에게, 과연 몇 명의 의지할 만한 타인이 있는가?


내 삶을 돌아볼 때, 이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나에게도, 내 아이에게도, 나의 부모에게도, 나의 친구에게도, 나의 아내에게도.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이전 18화 밥 차려주는 아빠의 찐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