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덮은 몬트리올
한국에서의 휴가가 끝났다. 무거운 발걸음에 비해 다시 돌아오는 길은 낙엽만큼이나 재빠르다. 가을이 도착한 고향의 모습이 여전히 눈에 아른거린다. 하지만 그를 곱씹어볼 여유도 없이 캐나다 몬트리올을 향해 부랴부랴 날개를 편다. 한국에서 슬쩍 챙겨온 남동생의 가디건과 기모가 들어간 후드티를 가방에 욱여넣고 이 정도면 괜찮으리라 고개를 끄덕였다. 비행은 13시간 반. 도착하자마자 푸틴(캐나다 감자튀김 요리, 그레이비 소스와 다양한 토핑을 끼얹어준다.) 맛집부터 찾아가자며 친한 동료와 약속했다. 동기와의 비행이 얼마만이던가. 그래서인지 휴가의 미련도 금방 털어낸다.
10월 초 몬트리올의 하늘은 높고 푸르다. 아니 그보다도 바람에 실려온 가을이 적극적으로 나무 곳곳을 물들인다. 가을이 눈에 보인다. 아직 한국에도 이 정도의 울긋불긋함을 보지 못했는데, 오후 기온이 벌써 10도를 웃도는 지역이라 그런지 단풍국으로서 위엄이 대단하다. 분명 충분히 두툼한 옷을 가져왔다 생각했는데 소심한 바람에도 몸은 오들오들 떨린다. 혹시 몰라 마지막에 휙 낚아채온 목도리가 신의 한수랄까. 청량한 공기가 머리칼 사이사이 스치는걸 느끼며 매듭을 조인다.
외국 항공사의 경우 국내와는 다르게 매 비행마다 새롭게 팀이 꾸려진다. 편한 점이 많지만, 외로움도 따라온다. 한국인 동기와는 처음으로 같이 하게 된 몬트리올행. 그래서인지 설레는 맘과 환한 기분이다. 정말로 여행 온 기분이랄까. 우선 감자튀김을 정말 좋아하는 우리를 위해 푸틴 음식점에 점심을 먹으러 향한다. 맛집이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현지인과 관광객이 붐빌줄은 상상도 못했던 부분. 줄이 문밖을 한참 넘어 길게 서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경험해보기로 하고 딱 40분을 기다린다. 오직 감자튀김요리를 위해!
드디어 우리의 테이블로 안내를 받고 주문한 음식을 또다시 기다린다. 곧 등장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푸틴. 오래 기다린만큼 감자튀김이 소중해보인다. 한국에서도 찾아 먹던 요리라 본토에서 먹게되니 이렇게 감격스러울수가. 한입한입 바삭한 식감과 촉촉하고 고소한 치즈, 게다가 그레이비 소스의 풍미를 구체적으로 발견해가며 배를 채운다. 옆 테이블엔 부부 동반으로 캐나다 다른 지역에서 커다란 백팩을 메고 온 현지인이 앉았는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눠본다. 맛있는 요리에 후첨된 현지인 바이브까지 있으니 점심이 더욱 풍성하다.
남은 푸틴을 야무지게 포장해 나온 후 가을의 운치를 제대로 느껴보기로 한다. 몬트리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몽로얄으로 출발. 몽로얄은 해발고도 234m의 평이한 언덕 느낌의 산이다. 그리고 이 곳에는 말 그대로 가을이 얌전히 내려앉아있다. 곳곳에서는 다람쥐들이 부지런히 겨우내 먹을 양식을 모으고, 새들도 아름다운 오후를 노래한다. 떨어지는 단풍 낙엽은 아직 덜 말라 바스락이진 않지만 녹색의 잔디에 피어난 꽃같아 보여 그것도 참 좋다. 몽로얄은 전망대를 중심으로 약 2시간 정도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형성돼 있는데, 산책나온 강아지들이 참 많다. 강아지들 표정이 하나같이 밝다. 우리 보리도 가을 산책 정말 좋아하는데. 또 잠시 고향으로 마음이 다녀온다.
함께 온 동료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하늘을 한번 바라보다 나뭇잎의 붉음에 빠져들기를 여러번하니 어느덧 해가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해가 넘어가듯 곧 이 곳도 황량하게 벌거벗겠지. 마치 봄은 더이상 오지 않을 것처럼 추위가 살을 에워싸겠지. 우린 참 재미있는 세상에 살고있구나 어깨를 으쓱한다. 단풍국, 캐나다의 가을. 따스한 색들이 사방에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