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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아 Oct 19. 2022

바람이 분다 가을이 실려왔다

단풍이 덮은 몬트리올



막 한국에서의 휴가를 마치고 돌아왔다. 가을이 도착한 고향의 모습이 아직 눈에 아른거렸다. 하지만 그를 곱씹어볼 여유도 없이 캐나다 몬트리올을 향해 부랴부랴 날개를 편다. 이번에 한국에서 슬쩍 챙겨온 남동생의 가디건과 기모가 들어간 후드티를 가방에 욱여넣고 이 정도면 괜찮으리라 고개를 끄덕였다. 비행은 13시간 반. 도착하자마자 푸틴(캐나다 감자튀김 요리, 그레이비 소스와 다양한 토핑을 끼얹어준다.) 맛집부터 찾아가자며 친한 동료와 약속했다. 그래서인지 비행이 왠지 금방 끝난듯 했다.

공원과 거리_Montreal, Canada

몬트리올의 하늘은 높고 푸르다. 아니 그보다, 바람에 실려온 가을이 나무 곳곳을 물들이고 있었다. 아직 한국에도 이 정도의 울긋불긋함을 보지 못했는데, 오후 기온이 벌써 10도를 웃도는 지역이라 그런지 단풍국으로서 위엄이 대단하다. 분명 충분히 두툼한 옷을 가져왔다 생각했는데,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혹시 몰라 마지막에 휙 낚아채온 목도리가 신의 한수랄까. 청량한 바람이 머리칼 사이사이를 스치는걸 느끼며 목도리를 매듭지었다.


외국 항공사의 경우 국내와는 다르게 매 비행마다 새롭게 팀이 꾸려진다. 그래서 편한 점이 있지만, 외로운 것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동기와 같은 비행을 받게 돼 설레는 맘과 환한 기분이다. 우선 감자튀김을 정말 좋아하는 나를 위해 함께 푸틴 음식점으로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맛집이라곤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현지인과 관광객이 붐빌줄은 상상도 못했던 부분. 줄이 문밖을 한참 넘게 길게 서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경험해보기로 하고 딱 40분을 기다렸다. 오직 감자튀김요리를 위해!

길게 대기 중인 식당 앞 사람들과 두 종류의 푸틴

드디어 식당안에 들어가 주문한 음식을 받으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푸틴이 정말 소중해보였다. 한국에서도 찾아 먹던 요리라 현지에서 먹어보다니 이렇게 감격스러울수가. 한입한입 바삭한 식감과 촉촉하고 고소한 치즈, 게다가 그레이비 소스의 풍미를 구체적으로 발견해가며 배를 채웠다. 옆 테이블엔 부부 동반으로 캐나다 다른 지역에서 커다란 백팩을 메고 온 현지인들이 앉았는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렇게 현지인 바이브까지 더해지니 점심시간이 더욱 풍성하다.

Mont Royal Park_Montreal, Canada

남은 푸틴을 야무지게 챙겨서 나온 후 좀 더 가을의 운치를 제대로 느껴보기로 했다. 몬트리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몽로얄으로 출발. 몽로얄은 해발고도 234m의 언덕 느낌의 평이한 산이다. 그리고 이 곳에 말 그대로 가을이 얌전히 내려앉아있다. 곳곳에서는 다람쥐들이 부지런히 겨우내 먹을 양식을 모으고, 새들도 아름다운 오후를 노래한다. 떨어지는 단풍 낙엽은 아직 덜 말라 바스락이진 않지만 녹색의 잔디에 피어난 꽃같아 보여 그것도 참 좋다. 몽로얄은 전망대를 중심으로 약 2시간 정도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형성돼 있는데, 산책나온 강아지들이 참 많았다. 강아지들이 하나같이 표정이 밝다. 우리 보리도 가을 산책 정말 좋아하는데. 또 잠시 고향으로 마음이 다녀온다.

몽로얄의 풍경

함께 온 동기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하늘을 잠시 바라보다 나뭇잎의 붉음을 감상하기를 여러번하니 어느덧 해가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해가 넘어가듯 곧 이 곳도 황량하게 벌거벗겠지. 마치 봄은 더이상 오지 않을 것처럼 추위가 살을 에워싸겠지. 우린 참 재미있는 세상에 살고있구나 하며 신비로움에 어깨를 으쓱한다. 단풍국, 캐나다의 가을. 따스한 색들이 사방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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