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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아 Sep 10. 2022

하늘이 껴안은 호수와 산

그문덴, 거대한 자연을 마주하다



예상보다 빨리 만난 두번째 오스트리아. 이번은 각오부터 달랐다. 바로 비엔나에서 더 멀리 나가볼 계획을 세웠기 때문. 대부분의 관광객은 비엔나, 잘츠부르크, 할슈타트 이렇게 세 도시를 탐방한다. 하지만 내가 택한 도시는 '그문덴'. 어쩌다 알게 된 곳이지만 우연히 본 딱 한장의 사진이 내 맘을 매료시켜버렸다.

산 정상에 있는 다리 전망대_Gmunden, Austria

가볍게 표현했지만 사실 무모한 도전이었다. 데이터 없는 휴대폰은 그저 카메라일뿐이고 인기 여행지처럼 정보가 풍부한것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못할것 없단 마음으로 왕복 5시간의 기차길에 올라서본다. 기차역까지 버스로 딱 5분이지만 20분간 걸어가기로 택했다. 이른 아침 가슴 가득히 들이마시는 공기는 깨끗하다. 하늘 곳곳에 놓인 뭉게구름은 뜨거운 여름볕을 가려주고, 덕분에 길 어느곳에서도 발걸음은 여유롭다.

그문덴으로 향하는 기차 밖 풍경

기차역은 헷갈리지 않도록 알림판과 표지판이 잘되어있었다. 자동 매표기로 표를 야심차게 끊고 플랫폼에 들어서니 수요일 이른 시간임에도 몇몇 사람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시간정도 갔을까. 한번 더 환승한 후에 하차 안내방송을 하나하나 쫑긋이 들었다. 역마다 이름이 생각보다 비슷해서 간만에 듣기시험을 보는 느낌이 쏠쏠하다. 'Gmunden'이라는 단어가 들리자마자 풀어놨던 짐을 주섬주섬 챙긴다. 여기서 끝이 아닌게 함정. 트램으로 한번 더 갈아탄 후 드디어 케이블카를 탈 수있는 곳에 내렸다. 정말 머나먼 길 찾아왔구나, 혼자 중얼거린다.

케이블 카에서 한 눈에 보이는 마을

그문덴은 웅장할만큼 거대한 호수와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다. 산꼭대기로 케이블 카를 타고 올라가 한눈에 그 전경을 바라보니 내 심장박동이 쿵 쿵 하고 배경음악처럼 깔렸다. 이국적이라는 느낌은 풍경때문인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한국인 관광객은 커녕 동양인 자체가 나뿐이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정성스레 나를 감싸안아주는 하늘과 길다란 나무 사이사이를 지나온 시원한 바람은 지구별의 특권을 맘껏 누리게 해준다.

나무 전망대, Gmunden, Austria

트라운제(Traunsee_그문덴에 있는 호수 이름)를 둘러싼 산책 다리를 걷다보니 나무전망대가 나왔다. 위로 둥글게 뻗은 특이한 구조를 둘러둘러 올라가면 눈 앞은 산이었다가 마을이었다가 다시 호수였다가 한다. 보는 맛이 굉장했다. 그문덴의 아름다움은 큰 사진기를 들고 온 사람,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 강아지를 데려온 커플까지 자꾸 걸음을 멈추게 했다.

Traunsee_Gmunden, Austria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서 이번엔 트라운제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다. 호수에 뛰어들며 물놀이 하는 사람들을 보니 몸이 근질근질했다. 얼마나 청량할까. 조금이라도 시원함을 같이 느끼려고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에 초코 머핀을 들고서 호수 앞 벤치에 앉았다. 호수의 규모에 물결은 꽤나 찰랑였고 지저귀는 새들은 파도소리 따라 하모니를 이루었다.

가까이서 본 트라운제

해가 지기 전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왔던길을 똑같이 따라 걷는다. 또다시 두시간 반동안 홀로 고군분투하려니 잠시 핑했지만 창밖의 빨간 지붕들과 초록 벌판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 금새 종착역에 도착했다. 내리기 전 오늘 찍어뒀던 사진들을 한번 확인해본다. 다시금 물밀듯 찾아오는 대자연의 위엄. 그문덴, 그 평화로움 속에 잘 쉬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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