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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아 Sep 20. 2022

완전 내 스타일인데?

헬싱키, 맘 속에 저장!



대한민국. 정말 살기 좋은 나라다. 세계 그 어디보다 맛있는 음식이 즐비하고, 사람들은 정많고 친절하다. 게다가 날씨마저 훌륭해 푸른 하늘 보기가 쉽고, 추위와 더위를 지나며 살갗에 스치는 달라지는 공기의 온도마저 낭만적이다. 또한 현대와 과거의 공존이 잘어우러지고 자연과 도시가 알맞게 버무러져있다. 그렇기에 많은 외국인들도 꼭 가고싶고 가장 사랑하는 나라로 한국을 꼽는것일테지. 요즘은 문화강국으로도 크게 떠올라 한국어를 꽤나 할줄 아는 외국인 동료를 자주 마주친다. 이런 곳에서 나고 자란 나기에, 아무리 멋진 나라라고 해도 하루이틀 머무는 것으로 충분했다. 여행의 끝은 언제나 향수였다.

길에 심겨진 꽃_Helsinki, Finland

하지만, 계속해서 오고싶고 한번 살아보고 싶은 나라를 마주했다. 이제껏 수많은 나라를 다녔지만 이토록 끌린 것은 단연 처음이었다. 바로 핀란드, 대표적인 북유럽 국가다. 9월의 헬싱키는 쌀쌀한 기온으로 맞이해주었지만, 도시 전체에 좋은 기운이 흐르는 건 왜일까. 큰 기대없이 사우나나 한번 해봐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왔던 내게 의외의 기쁨이 열렸다.

Sushi Buffet_Helsinki, Finland

해외에 거주하다보면, 의외로 싱싱한 생선을 먹는게 쉽지 않다. 생선 구이는 흔하지만 회로 먹는 건 아무리 초밥이라해도 그 퀄리티가 한참 낮다. 그러나 내가 온 곳이 어디인가. 바로 연어의 고향, 핀란드 아닌가. 해서 저녁 메뉴를 고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한국인 후기가 많은 연어초밥 집으로 바로 직행! 문을 여니 일본인 주방장 두 분이 자리를 안내해주며 먹고 싶은 만큼 접시에 덜어서 먹으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무한리필이라, 혹시나 음식의 질이 괜찮을까 우려를 했는데 찰나의 우려마저 금새 잊을 만큼의 맛과 비주얼에 한입엔 감탄, 다음입엔 감동이 터졌다. 연어는 말 그대로 입에서 사르르 녹았으며, 특히나 토치로 겉만 살짝 익힌 아부리 스시가 일품이었다. 과장을 보태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네다섯 접시를 가득 담아 먹었다.

헬싱키 저녁의 거리

배가 부른 상태지만 가게에서 나올땐 아쉬움이 남았다. 그만큼 작품이었다. 하늘에는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있었고, 지는 해를 친구삼아 헬싱키 거리를 걸어보기로 한다. 도로는 깨끗했고 걷기 참 좋았다. 너무 높은 건물도 없어 하늘이 한아름 다 보였다. 규칙적으로 심겨진 가로수는 이 도시를 더 청량하게 만들어주었다. 걷다보니 식료품점이 보여 들어가본다. 언제나 그렇듯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과일코너. 과연 유럽답게 다양하고 건강한 과일이 가득했다. 또한 핀란드는 무민(하마모양의 캐릭터)의 고향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쪽 코너에 무민이 그려진 상품들이 예쁘게 진열되어있었다. 마트에서 이런저런 호기심이 생겨 장보는 현지인들에게 몇마디 말도 걸어보고 질문을 했는데, 다들 하나같이 다정했다. 이 곳에 오자마자 느꼈던 좋은 기운은 이들이 퍼뜨리는 따스함이었나보다.

식료품점 과일과 무민엽서

다음 날 이른 아침 일어나 호텔의 사우나로 향한다. 원래 계획은 헬싱키에서 유명한 사설 사우나를 가보는 거였지만, 주말이라 오픈이 너무 늦어 그냥 호텔시설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아쉬움을 남겨두면 다음에 한번 더 오게될테니 그마저도 만족스럽다. 사우나에 들어서자 편백나무향이 은은하게 몸을 감쌌다. 벌써 온몸이 뜨끈하게 지져질 준비가 완료된 듯 했다. 핀란드식 사우나는 뜨겁게 달구어진 돌에 물을 끼얹어가며 그 때 발생하는 증기로 방안을 데워주는 식이다. 아침이라 그런지 사우나엔 아무도 없었고 그야말로 내 세상이었다.

호텔 사우나 시설

나는 한국사람. 사우나는 무조건 화끈해야하니까 달궈진 돌에 몇번이고 물을 부었다. 화끈한 열기가 피로를 다 앗아가주었고, 나무의 향기는 틈틈이 기운을 채워주었다. 원래 핀란드식 사우나는 극한의 뜨거움과 차가움을 왔다갔다 하며 면역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보통은 바다나 강 주변으로 사우나를 만들어, 너무 뜨거우면 바다에 풍덩 뛰어든 후 다시 사우나에 들어가는 식이다. 호텔 사우나라 바다수영은 못했지만, 바로 옆 샤워시설을 통해 몸을 식혔다 데웠다 했다. 이 노곤함, 누가 안좋아하겠어.

낮 풍경_Helsinki, Finland

샤워까지 마치고 나오니 얼굴이 보송보송하다. 커다란 창을 통해 바라보는 공원은 싱그럽고 햇살마저 다정하다. "아.. 계속 오고싶다." 이 말만 벌써 열손가락에 발가락까지 다 접을만큼 되뇌였다. 친해지고 싶은 나라, 머물고 싶은 도시. 아직은 푸른 자작나무숲을 지나며 새하얀 겨울도 상상해본다. 고향을 떠나 처음 느껴보는 이 느낌이 생각보다 괜찮다. 머잖아 다시 올게, 헬싱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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