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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담은 그 순간의 계절

가을이 깊어간다

by Soo 수진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호기심을 갖기도 했다.

내가 보는 세상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특히나 캐나다에 살면서 자연이 주는 고요함과 치유, 그리고 위로는 나 혼자만의 세상 같았던 순간에 늘 선물처럼 감동을 안겨 울컥하는 날이 많았다.

내가 바라보는 시선의 따스함과 특별함을 다 담지 못했지만, 나는 그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 그 시간을 사진으로 남겼던 것 같다. 내가 찍었던 사진을 보면 그때의 순간으로 나를 데려가 주는 듯하다.

그 순간에 느꼈던 마음의 온도와 공기, 소리, 그리고 공간이 주는 느낌. 그 모든 것들을 생각하며 미소를 띨 때가 많았다. 사진은 나에게 추억이었다.

지금도 매일 사진을 찍는다. 내가 주로 찍는 건 자연이다. 매일 다른 하늘의 빛과 구름의 모양 그리고 나무들이 계절에 따라 변하는 다양한 빛깔.

해가 뜨기 전의 하늘은 붉은빛을 가득 머금고, 아침 하늘은 연한 하늘빛이 펼쳐져 끝이 보이지 않는 저만치로 나를 데려다주는듯하다. 저녁빛의 하늘은 어둠이 스며든 회색빛과 잘 어울린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캐나다의 가을은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차가워진 바람으로 바꿔주고, 나무들은 초록빛에서 주황빛으로 변하고 있다.

나무들이 흔들리고 바람이 달라졌다. 아침에 뜨는 해는 온통 하늘을 오렌지 빛으로 물들이며 세상을 밝혀주고, 지는 해는 세상을 더 깊게 어둠으로 만들어 준다. 나는 이런 계절의 변화를, 아름답고 황홀한 캐나다의 가을을 놓치지 않고 세상을 추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으며 가슴속에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것이다.

어둠이 깊어간다.

나의 가을도 몇 해를 지났지만 마치 막 캐나다에 도착한 사람처럼 가을을 맞이하는 나는 설레고 행복을 찾으며 아름다운 날들로 살아갈 것이다.

사진 속에 머문 나의 순간의 일상은, 결국 나에게 또 다른 이야기이자 삶의 기록이었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사진 속 그 순간만큼은 멈춰 서서 나를 기다려 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앞에 펼쳐진 계절과 하늘, 그리고 작은 풍경들을 담는다. 그것이 언젠가 다시 나를 미소 짓게 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Just as I am,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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