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마친후에도 감사하는 마음
할아버지는 식사가 끝나면
항상 조용히 수저를 내려놓으셨다.
탕그랑, 소리 하나 없이.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지런히 나란히 두고,
반듯하게 놓인 밥그릇을
두 손으로 살짝 앞으로 밀어두셨다.
그 움직임에는
늘 어떤 맑고 조용한 예식 같은 기운이 감돌았다.
어느 날, 내가 흉내 내듯 수저를 놓자
할아버지가 슬쩍 미소를 지으며 물으셨다.
입꼬리만 살짝 올린,
눈빛으로 먼저 웃는 그분 특유의 미소였다.
“ 경화야 그렇게 놓는 이유가 뭔지 아니?”
나는 눈만 끔뻑이다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숟가락을 내려놓은 내 손이 조금은 서툴렀다.
그걸 지켜보시던 할아버지는
숟가락을 살짝 들어
내 손바닥 위에 올리며 천천히 말씀하셨다.
“이 수저로
오늘도 생명을 받은 거다.
그러니 조용히, 고맙다 하고 놓아야지.”
그 말이
작은 종처럼 내 안에서 울렸다.
크지도 않게,
그저 또렷하게.
그날 이후로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을 때
마치 기도를 마치는 것처럼 손끝을 낮춘다.
식사가 끝났다는 건
배가 찼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하루치 생명을 잘 받아먹었다는 예의이기도 하다.
그 순간,
할아버지의 미소는
내 마음 깊은 곳에 아주 오래 남았다.
그 미소는 따로 웃지 않아도
식탁의 공기를 한결 부드럽게 덮어주는 이불 같았고,
나는 그 아래에서
눈을 반짝이며 그분의 말과 행동을 따라 하던
작고 예민한 아이였다.
말수는 적었지만,
그 침묵은 비어 있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손끝과 눈빛 안에는
사랑이라는 조용한 언어가 흘렀다.
수저를 놓는 법
그건 내가 배운 가장 오래가는 인사였다.
하루의 끝에서,
삶의 고마움을 조용히 내려놓는 법.
그리고
그 사랑을 되물려주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