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진격의 거인이 끝났다. 이게 몇 년 만인가? 이 만화가 연재되는 동안 여러 가지 논란도 있었지만, 분명 대단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처음에 만화가는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다가 술 취한 사람들을 보고 이 작품을 떠올렸다고 한다. 도무지 말도 안 통하고 몸도 가누지 못하는 흐느적대는 인간들. 어쩌면 인간은 이렇게 진정한 소통이 불가능한 존재일지도모르겠다.
<진격의 거인>은 늘 "대체 다음을 어떻게 하려고 이래?" 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가 연속되며 시리즈가 계속된다. 완결 편에는 주인공이 인류를 모두 말살하는 땅울림을 발동하면서 엔딩으로 향한다. 끝없는 전쟁을 잠시만이라도 멈추자고 학살을 벌이는 기막힌 마지막 화가 끝나고 스크롤이 올라간다. 그리고 스크롤과 함께 여전히 전쟁을 계속하는 인류를 보여준다. 아무리 해도 끝나지 않는 전쟁. 인간들은 이 난리를 겪고도 또 전쟁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전쟁은 정말 끊이지가 않는다.
생각해 보니 최근 읽고 있는 소설 <삼체>에서인류는 더 이상 전쟁을 벌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400년 뒤에 지구를 침공할 외계인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 결국 전쟁은 계속되는 것인가?외계인과 싸울 거라 잠시 미뤄둔 것일 뿐...
꼬마 남자애들은 TV에서 칼싸움을 보면 바로 작대기를 집어 들고 칼싸움을 한다. 쿵후 영화를 보면 지랄 발광 발차기를 해대고, 전쟁 영화를 보면 투투타타- 침을 튀겨가며 총싸움을 한다. 어쩌면 인류의 유전자안에 전쟁이 들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전쟁은 젊은 사내들의 피를 끓게 하고 이 사내들을 죽게 만든다. 전쟁터에서 만난 일면식도 없는 상대는 어쩌면 여행지에서 만났다면 친구가 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쟁터에서는 아무런 이유 없이, 상대를 죽이거나 내가 상대에게 죽임을 당해야 한다. 지금도 인류는 우크라이나에서, 팔레스타인에서 전쟁을 하는 중이다. 또한 중국도대만과 전쟁을 불사하려 하고, 우리는 북한과 전쟁을 불사하려 한다. 오로지 죽음과 폐허만 남길 전쟁을 기필코 하려 한다. 전쟁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는 노인이나 정치인들이 전쟁터에 나가 죽지는 않는다. 청년과 이름 없는 민간인 피해자들이 애달프게 죽어갈 뿐이다.
며칠 전에 가족과 식사를 하러 갔다가 약간의 시비가 있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주차장 진입로로 들어가다가 나오는 차와 마주친 것이다. 후진을 하며 양보하는 나에게 상대는 차를 코 앞까지 들이대며 차돌리기가 힘들게 만들었다.그렇게 나를 괴롭히던 상대는 내 차가 빠지자 얌체처럼 후다닥 가버렸고 나는 분한 마음에 이 순간을 몇 번이고 곱씹어야 했다. 차로 들이받아야 했나? 못 나가게 그냥 길을 막고 있어야 했나? 아니, 아니. 내려서 그 인간의 멱살을 잡아야 했어!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다. 겨우 이만한 일로도 며칠씩이나 분을 삭이지 못하는데, 하물며 전쟁이라면 어떨까? 모두 진격의 거인이 되어 전쟁터로 기꺼이 나가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그저 내가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그저 요행을 바라는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