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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구리씨 Mar 07. 2024

직장상사에게 열받은 아들아 워워~

세상에 열 받은 아들아 워워~(2)

"뭐야 이게!!!"

"아아악~ 화딱지 나!!!"

"우이씨, 열받아!!!"


요즘 우리 큰아들 녀석이 입에 달고 사는 소리입니다.


사람마다, 환경마다 다르겠지만 직장 상사는 항상 쉽지 않은 사람이고 직장인이라면 가족들 다음으로 많이 만나는, 어쩌면 가족들 보다도 더 매일 얼굴을 맞대고 봐야 하는 사람이기에 이 관계가 좋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일이겠지만 제가 살아왔던 삶 가운데서도 함께 해서 참 좋았던 직장상사보다는 함께 해서 정말 스트레스와 짜증이 많이 났었던 상사들이 월등히 많았던 거 같아요.


우리 큰아이에게 물어봤어요. "어떤 부분이 그렇게 안 좋고 맘에 안 드니?"


여러 번 대화를 나누다 보니 크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은 부분이 싫다고 하더라고요

1) 갑작스러운 업무들을 받아 일방적으로 진행시킨다

2) 업무 분장이 불공평하다(자신에게는 몰리고 특정인에게는 적게 배정한다)

3) 기술적인 발전이 없이 소모적인 개발로 계속 뺑뺑이 돌 듯이 개발한다(아들이 IT 개발일을 합니다)

4) 별 의미 없어 보이는 갑작스러운 회식이 부담스럽고 싫다


사실 큰아이의 속상한 부분이 충분히 이해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청년이었을 적,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와 분야와 종류만 다를 뿐, 근저에 깔린 내용은 별로 다르지 않은데?'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불만을 일으키는 상사는 예전 우리 시대에도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더 다양하고 이상하고 미친 거 같은 이들이 많았던 거 같은데, 그때는 지금과 같은 SNS나 모바일 환경이 아니라서 오늘날만큼 드러나지 않은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습니다 ^^;

(제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라면 정말 미친 똘아이 상사 때문에 열받고 대들거나, 폭압에 눈물 흘린 적 많이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아직은 젊은 청년이라 열받아 열폭하고 있는 아들에게 "맥도널드 콜?"이라고 했더니 "빅맥세트에 불고기 버거 추가!"라고 하더군요.

맛있게 사서 나눠 먹으며 큰아이와 이런 얘기를 했었습니다.


우리 때는 유명한 기업 컨설팅 박사라는 양반이 "1,3,10년"이란 키워드로 

"열심히 1년을 일하면 기초를 때고

3년을 열심히 일하면 한 사람의 몫을 충분히 하는 사람이 되고 

10년을 열심히 하면 어느 분야이든 전문가 소리를 듣는다"라고 기업 특강에서 들으며

오래 성실히 근무하는 것을 미덕으로 배우고 그렇게 알고 살았던 시대란다.


근데, 그게 IMF가 오면서 기업에서 먼저 자본과 비용절감의 논리로 구조조정을 상시 하는 체제가 되면서 그렇게 꾸준히 한 회사에서 열심히 사는 것보다는 메뚜기처럼 경력을 관리하며 계속 옮겨 다니는 것이 더 지혜로운 거라고 온 세상이 얘기하기 시작했었어


마침 그즈음 웹과 모바일의 발전에 SNS가 급성장하면서 그런 과정에서 일부 성공한 이들의 성공이 모든 이들의 진리인 것처럼 호도되고 요즘 세상이 얘기하는 "성공마케팅"이라고 얘기하고 결국 코인과 부동산으로 급격히 일확천금을 번 얘기들이 꼬리를 물면서 성실하게 자기 페이스대로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바보처럼 취급하는 이상한 사회문화가 돼버린 거 같으네


근데, 아들아

아부지는 네가 너무 상사의 얘기나 태도에 열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쩌면 네가 얘기했던 상사에 대한 불만은 네 스스로에 대한 불안 때문이 아닐까 싶다

네 미래, 거창하게 미래까지 아니어도 이렇게 이곳에서 저 상사 밑에서 이렇게 있는 게 맞을까? 다른 소위 잘 나가는 지인들과 사람들의 모습이 자꾸 보일수록 더 답답하고 그럴 거 같은데 

내 생각에는 너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며 네 스스로가 건강하고 단단해지는 게 먼저일 거 같아

꼭 공부 안 해도 좋아

회사 시간을 제외하고 너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으며 네 마음과 생각을 릴랙스 했으면 좋겠다

아직 젊으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라

즐겁게 네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고, 해보다 진짜 맘에 맞는 게 나오면 한번 미쳐도 보고 그렇게 네 속도대로 한걸음 한 걸음씩 걸어가면 좋겠다

나는 그거면 충분하다 생각해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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