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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구리씨 Mar 28. 2024

형에게 열받은 아들아 워워~~

세상에 열받은 아들아 워워~

저와 저희 가정엔 어릴 적부터 상냥하고 쾌활한 둘째 아들이 있습니다.


큰아이는 훈육을 위해 어릴 적에 몇 번 매를 든 적이 있지만, 둘째는 살아오면서 제게 한 번도 맞지 않고 자랐던 거 같아요. 아주 착하고 멋진 아들이지만, 둘째가 엄청 모범생이어서는 아닙니다 ^^;;;


어릴 때 매를 들어야 하는 상황이 생겨 저나 아내가 화를 버럭 내는 상황이 생기면 큰 아이는 묵묵부답으로 매를 벌었다면, 작은 아이는 바로 태세 전환을 해 빌고 또 빌며 도저히 매를 대지 못하도록 어필을 해서 어이가 없어 화가 쑥 들어가 버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형이 먼저 태어나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의 관심을 먼저 받았고 형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스템에 뒤 따라 태어나다 보니 동생으로 태어난 둘째는 상황판단이 본능적으로 빨랐던 거 같습니다.

저희 집은 큰 아이가 워낙 동생이 태어난 데에 초반에 예민하게 반응을 하다 보니 잠시 둘을 떨어뜨려 놓으라는 의사의 권면을 따라 태어난 지 돌밖에 안 지난 둘째를 외가댁에 한 달간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때에도 큰아이라면 저희 부모가 안 보이면 울고불고 난리를 쳤을 텐데, 둘째는 안 보이는 엄마 대신에 자기 엄지 손가락을 빨며 외할아버지, 할머니랑 잘 지내다가 올라왔습니다.


이렇게 자라난 둘째는 다소 예민했던 형과도 알아서 잘 맞춰가며 형이랑 어떻게든 놀려고 애썼고, 형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다가가 잘 지냈습니다. 두 형제가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다 보니, 둘째가 운동장에서 다른 친구들이나 윗 학년들과 다툼과 갈등이 생기면 오히려 친형보다 친해진 형 친구들이 둘째를 챙기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


3살 터울이다 보니 청소년기까지는 대부분이 그렇듯이 항상 형이 더 힘도 세고 더 많이 알고 집에서든, 친적집에 가서든 형이 스포트라이트를 대부분 받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동생들은 뭔가 다른 지점을 잘 찾기도 하고, 자기만의 뭔가 차별점을 본능적으로 고민하고 찾아가는 거 같습니다.


앞글에서도 썼던 것처럼 제 경우에는 제 동생이 다재다능 중 특히 공부를 너무 쉽게 잘했었습니다.

어머니가 성적에 큰 반응을 보이심을 보고 동생은 공부를 썩 좋아하진 않았지만, 순간 집중이라는 괴상한 자기만의 방법으로 교과서를 그림으로 다 외워 버려서 시험 성적이 아주 좋았습니다(동생 표현으로는 저런 방식으로 했기 때문에 시험기간까지는 유지가 되지만, 시험이 끝나면 다 지워져서 나중에는 아는 게 없더라라고  나중에 설명해 주긴 했습니다 ^^; 저는 겪어보지 못한 방식이라 원리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 둘째는 용감하게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부딪쳐 가는 것을 잘 해왔던 거 같습니다.

반대로 형은 새로운 것에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게 쉽지 않아 하는 성격이라 항상 둘째가 먼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나면 슬그머니 형도 함께 하는 패턴으로 두 형제는 많은 것들을 함께 해 왔었습니다.

태권도, 축구, 드럼, 게임, 기타 등 자라오면서 둘이 함께 했던 대다수의 일들에선 항상 둘째가 용감하게 먼저 부딪쳐 시작을 했던 거 같습니다.


근데, 저희 집 두 형제들의 경우를 보면, 제 경우와는 반대로 매사에 둘째가 적극적이고 씩씩하게 시작을 했지만, 뒤늦게 동생이 하는 걸 한참을 지켜보던 형이 슬그머니 따라 하다가 나중에는 형이 더 잘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저와 제 동생의 경우와 반대의 경우인 셈입니다.

재능 많은 형은 변화도 싫어하고 예민해서 시켜도 안 하다가 동생인 자기가 한창 재미있게 하고 있으면 슬그머니 따라 하더니, 어느 순간 자기보다 더 잘하는 것을 여러 번 겪으면서 둘째는 착해서 표현은 따로 안 했지만 속상할 때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듭니다(저는 어릴 적 제 동생에게 엄청 질투와 화가 있었거든요)  

 

저는 장남으로 평생을 살아와서 둘째의 마음을 솔직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습니다.

오히려 아내가 딸 셋 자매 중 둘째여서 아내가 둘째의 마음을 더 잘 헤아려 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 둘째를 보면 제가 제 바로 밑 동생과 자라면서 느꼈던 마음에 동질감을 느끼기에 저와는 달리 그럼에도 형에게 살갑게 잘하는 둘째에게 이렇게 격려와 축복을 보냅니다


"형에게 어릴 적 서운하고 속상할 때가 제법 있었을 거 같은데, 항상 괜찮다고 말하는 우리 착한 아들

마음속에 속상한 거 있으면 이제는 형도 넉넉하게 받아줄 수 있는 나이니 쌓아두지 말고 지혜롭게 서로 잘 풀어 가며 살면 좋겠다.

둘째로 자라나다 보니 사람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아들아

사람들의 시선에 너무 일일이 신경 쓰거나 스트레스받지 말고

네게 좀 더 자신을 갖고 살렴

너는 누구 동생이 아닌 이 세상에 유니크한 멋진 청년 "ㅇㅇㅇ" 이란다

사랑한다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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