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처럼 평범하게 한은 조용히 숲을 거닐며 산책을 하고 있었어요. 혹시나 대담이 오면 무엇을 하며 놀지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때 무슨 소리가 들렸어요. 뒤를 돌아보니 마을의 청년 무리가 멀리서 한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한은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했어요. 곧장 달려서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고 꼼짝하지 않았어요.
“저것 좀 봐!”
“저게 뭐야?”
청년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신기한 것을 구경하는 것 마냥 한을 보며 다가왔어요.
“가슴이 뚫려있어?”
“야! 저기에 애도 있어!”
신기해하는 것으로 끝나면 다행이었지만 그들의 눈에는 비웃음과 조롱이 서려있었어요.
청년들은 아이를 깨우려고 휘파람을 불고 소리를 질렀어요.
“야, 꼬마야!”
“이 잠만보야! 어서 일어나!”
아이는 잠에서 깨지 않았어요.
어떤 사람은 돌멩이를 주워 아이를 향해 던졌어요.
“야! 당장 일어나라니까!”
“하지 마세요!”
“저기요! 당신 안에 있는 저 애 좀 깨워봐요. 당신도 참 이상한 사람이네요. 애를 왜 가슴에 품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더 이상하네. 왜 가슴은 한가운데가 그렇게 뻥 뚫려 있어요? 손등에 저 풀떼기는 또 뭐야?”
“당신, 되게 징그럽네요. 하하하하하하”
“이상한 것과 이상한 게 같이 있어. 깔깔깔”
“...저를 모르시나요?”
사람들은 어리둥절했어요.
“우리가 당신처럼 이상한 걸 어떻게 알아?”
청년들은 늘 그랬듯이 귓속말로 속닥거렸어요.
“저런 것들은 막 대해도 돼. 인간도 아니잖아.”
어떤 사람이 말했어요.
“저 구멍으로 돌멩이 넣는 사람한테 술 사기 어때?”
사람들은 재미로 가슴이 텅 비었다 채워진 사람에게 돌을 던지기 시작했어요.
“내가 너무 방심했어.”
가슴이 비워졌다 채워진 사람은 최선을 다해 아이가 다치지 않게 돌멩이를 온몸으로 막았어요. 팔과 다리를 웅크리고 고개를 푹 숙였죠. 최대한 고개를 숙이자 자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아이는 잠에서 깨지 않았어요. 그리고 몸을 최대한 웅크린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청년들은 더 이상 반응이 없자 지겨워졌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했어요. 돌멩이를 맞아 가슴이 채워진 사람의 멍이 가득 난 등에 새싹이 자라났다는 사실을요.
사람들이 떠난 후에도 한은 웅크린 가슴을 펼 수 없었어요.
복잡한 감정이 터질 것 같았거든요.
자고 있는 아이의 눈물을 목격했을 때의 충격은 한의 모든 몸을 굳게 만들었어요. 얼마나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었는지 모르겠던 그때 대담이 한을 발견했어요.
“괜찮아?”
대담은 돌처럼 웅크리고 있던 한을 일으켰어요.
“무슨 일이야? 동물들에게 습격을 당한 거야? 동물들이랑 친하게 지냈잖아.”
“… 오랜만에 봤어. 다들 그대로더라.”
“누구?”
한은 슬픈 아이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내가 혼내줄게. 누가 이렇게 했어?”
대담이는 화가 났어요.
“나 혼자 산책 좀 하다가 굴러 떨어졌어. 내가 엄청나게 빠르게 몸을 둥글게 말아서 크게 다치지 않았어. 대단하지? 그런데 하도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어서 그런지 새들이 나를 감자로 착각했나 봐. 나를 쪼아대는 거 있지? 그래서 내가 ‘나 감자 아니야!’라고 외치니까 그제야 나인 줄 알더라.”
“… 뭐?”
대담은 한이 많이 다쳐서 자신이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모르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나는 너를 이해할 수가 없어. 한.”
한은 늘 그랬듯 편안한 미소를 지었어요.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