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마율 Aug 24. 2024

28. 진실은 전설로 가려지고(2)

 대담이는 마을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안전하게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건강하고 활기차게 자랐어요. 초록 어둔 숲 쪽으로는 절대 가지 않으면서 말이에요.

 대신 도서관에 가서 더 넓은 세상을 향한 지식을 쌓아가기 시작했어요. 때로는 가장 두꺼운 책을 고르곤 했어요. 어렵고 무거운 글일수록 도전정신을 자극하니까요. 처음에는 알지 못했던 단어와 문장들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깨우쳐 갔어요.


 대담이의 키가 마을 어른들과 비슷해질 무렵 대담이는 늘 그래왔듯이 강인하고 지혜로웠어요. 그리고 조금 더 신중해졌어요. 활발하고 상냥한 대담은 누구에게나 사랑받았어요. 어느 무리에 들어가도 잘 어울려 지냈답니다. 마을에서 가장 요리를 잘 만드시는 할머니로부터 블루베리 파이 레시피를 얻은 사람은 대담이밖에 없을 거예요.

 대담은 매번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나오면 이제는 힘없이 앉아계시는 대장장이 할아버지께 인사를 했어요.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오늘도 나와계시네요. 언제든지 제가 도와드릴 일 있으면 말씀하세요!"

"그래, 착한 것."



 3대째 내려오며 마을을 지키는 복슬복슬한 개 형제들을 쓰다듬는 것이 대담이가 하루를 시작하는 방법이었어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식당에 가서 맛있는 간식을 산 후 친구들과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나눴어요. 노을이 질 때면 집으로 들어와 가족들과 단란한 저녁을 즐겼지요.

 하루종일 밝게 지내던 대담은 을이 질 때만큼은 깊은 사색에 잠긴 듯한 얼굴로 하늘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도 했어요. 그러다 이따금 다시 책을 읽으러 도서관에 가기도 했어요.


그런 대담을 보며 대담의 부모님이 말했어요.

"대담이 뭔가 변한 거 같지 않아?"

"글쎄, 뭐가?"

"마을 하루종일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니잖아."

"대담이가 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랑 잘 지내는 건 어릴 때부터 그래왔잖아. 쪼그만한 녀석이 뽈래뽈래 궁금한 게 뭐가 그리 많은 지."

"그렇긴 한데... 그 사건 이후로 말이지. 뭔가 조금 더 차분해진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는 그저 놀러 다니는 것 같다면 지금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순찰하는 느낌이랄까."

"크면서 성숙해져 가는 거지. 마을에 대한 애착이 커지면 더 좋은 거 아냐? 마을의 안전을 생각하고 대담이도 다 컸네."

"그런가?"


  분명 대담이는 마을을 사랑하고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대담이 성인이 되자 또래 친구들과 같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도시로 향했어요. 그리고 다시 마을로 돌아오는 일은 없었어요. 도시는 늘 바쁘고 정신없을 테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도시로 떠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요.  대담이도 그리워할 거예요. 어린 시절을 함께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안은 채 말이에요.

이전 27화 27. 진실은 전설로 가려지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