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 < 그리움의 깊이 > 유정 이숙한
2020년 10월 오랜 지기인 생사고락을 함께 한 사람이 소풍을 떠났다. 그해 11월에 아이들과 함께
슬픈 마음을 추스르려고 양평 두물머리에 갔다. 2019년 가족이 함께 갔던 장소이기도 하다.
연잎 핫도그 한 개씩 먹고 커피농장에 가서 직접 로스팅한 커피도 마시고
한 뼘도 되지 않는 1년생 커피나무 어린 묘묙을 사 왔다.
작은아이는 제법 실한 2년생 묘목을 샀지만 난 어린 묘목을 선택했다.
뿌리가 마르지 않게 쌀뜨물을 주고 잎을 닦고 거름도 듬뿍 주며 정성껏 키웠다.
처음 집으로 데려올 때는 한 뼘도 안 됐는데 2023년 되니 4배 정도 자랐다.
지렁이가 섞인 거름흙을 부어주고 쌀뜨물을 매일 주었다.
돈가스 가게에 있을 때 그 옆에 있던 나무에서 깍지벌레가 커피나무로 옮겨오더니 심술을 부린다.
커피나무가 힘들어했다. 목초액에 물을 희석하여 수시로 뿌려주지만 소용이 없다.
할 수 없이 종묘 가게에서 살충제를 사다 분무기로 잎사귀와 줄기 등을 골고루 뿌려주었다.
그 후 깍지벌레 똥이 몇 달 동안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사라졌겠지" 생각했는데 커피 맺힌 꽃몽우리 위에 하얀 똥이 보인다?
물휴지로 닦이지 않는다. 끈적하고 유분이 많아 유통기간이 지난 로션을 묻힌 물휴지로 닦아냈다.
2024년 12월. 커피나무에 꽃몽우리가 생겼다. 그 모습을 보고 무척 흥분했다.
가게를 그만두고 집으로 집으로 데려왔다.
2025년 1월 햇볕이 잘 드는 작은 방으로 옮기고 햇볕을 매일 쪼여주었다.
예쁜 커피꽃 몽우리가 맺혔다. 그땐 깍지벌레가 심하지 않던 때이다.
2월이 지나갈 무렵 커피꽃이 하얗게 피기 시작했다.
안경을 쓰고 들여다보니 잎사귀과 줄기에 하얗게 낀 깍지벌레 똥이 잘 보인다.
깍지벌레가 잎이나 꽃의 수분을 갉아먹는 것인지 잎이 낙엽이 지고 병들어갔다.
나무를 살리기 위해 살충제와 목초액을 섞어 뿌려주었다.
생명력이 강한 깍지벌레는 골칫덩어리이다.
활짝 핀 커피꽃이다. 꽃몽우리가 많이 맺혀 있었는데 깍지벌레가 꽃몽우리 옆에 응가를 해서
개화하지 못하고 말라버린 꽃몽우리가 무척 많았다
깍지벌레는 나와 커피나무의 우정을 질투하여 하얀 똥을 눕고 성장을 방해한다.
목초액에 막걸리를 섞어 수시로 뿌려도 깍지벌레는 건재하다며 보란 듯이 여기저기 응가를 남기고 간다.
꽃몽우리 위에 끈적한 하얀 액체로 숨통을 틀어막으니 꽃을 활짝 피우지 못하고 굳어가더니 말랐다.
남은 약을 살짝 뿌려주었더니 주춤하더니 시간이 오래 지나도 커피 열매가 맺히지 않아 속상했다.
엊그제 토요일에 보니 커피 열매가 몇 개 매달려 있었다. 마침 큰아이가 보더니 반갑다고 사진에 담아 갔다.
어찌나 반갑던지... 그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깍지벌레는 줄기 아래 부분에 숨어서 겨울을 나는가 보다.
봄이 되니 커피 꽃과 함께 존재를 드러낸 깍지벌레. 작은 방에서 거실 햇볕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겼다.
비염이 심한 분이 있으니 살충제 대신 에프킬라를 뿌려주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