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연재] < 중독되었다> 유정 이숙한
< 한 마리 백조였다>
내 유전자를 물려받은 피붙이들에게 평생 먹고 쓰고 공부할 것까지 주고 왔다. 아이들은 공부를 잘해 중등고등교사가 되었다. 아이들이 결혼식 올릴 때 할 날 부르지 않았다. 내 아이들에게 실체가 없는 유령이었다. 어려서 헤어졌으니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한다. 애들 엄마가 암에 걸려 건강하지 못하니 아이들이 날 원망하는 것 같다. 이해가 가는 일이다.
버스 기사 오성중이란 사람은 무남독녀 외동딸을 소개해 주었다. 2년 재 대학을 나온 스물한 살의 귀엽고 발랄한 아가씨와 혼인했다. 장인이 내가 밥술 걱정하지 않고 돈벌이가 좋으니 딸을 굶기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나는 버스 기사 일이 천직인가 보다. 버스 기사로 돈을 제법 모았다. 다른 기사들이 급한 일로 빠지면 메꿔주는 운전을 하며 성실하게 일한 결과 배불리 먹고 변두리에 집도 사고 알부자가 됐다. 아내는 2년제 대학을 나와 똑똑했다. 내가 중학교 문턱도 가보지 못한 것을 꿈에도 모른다. 내가 버스 회사에서 노조 위원장까지 했으니 고등학교는 나온 줄 알고 있다. 가방 끈이 짧은데 어쨌거나 난 힘들이지 않고 결혼에 성공한 케이스이다.
타고난 처복은 있는 걸까, 매일 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합궁을 했다. 가방끈도 짧고 문교부 혜택도 받지 못해 배운 것이 없으나 본능에 충실했다. 열 살 연하인 사랑스러운 아내의 입술에 키스하고 얼굴과 목, 귀를 핥아주고 가슴을 애무해주고 민감한 곳을 부드럽게 애무하면 무아지경으로 빠져든다. 난 빳빳하게 일어난 것을 아내의 살 속으로 집어넣었다. 한 시간 넘게 반복하니 행복의 강에 빠진 아내다. 늦은 저녁에 퇴근하고 오면 꼬깃꼬깃 쑤셔 넣은 꿍친 지폐를 방바닥에 쏟아놓았다. 아내는 그 돈을 매일 은행에 집어넣었다. 우린 몇 년 가지 않아 변두리에 집을 사고 남은 돈은 저축했다.
내가 운전하는 버스에 탄 승객 중 한 여고생들이 있었다. 여고생은 이쪽 종점에서 반대쪽 종점까지 버스를 타고 내리지 않았다. 날 따르며 좋아라 했다. 그 여학생은 학교 출석과 결석을 반복하는 부모 속을 태웠는데 나를 만나고부터 집에도 잘 들어오니 부모들이 우리의 만남을 반대하지 않았다. 여학생 부모에게 남자 친구로 승낙을 받았고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했다. 배운 게 없어 콩나물 대가리는 모르지만 음악 수준은 높았다.
그 여학생과 붙어 지내다 보니 그 집을 안방 들듯 드나들게 되었다. 집에서 받아보지 못한 대접을 받으니 행복했다. 출근한다고 집을 나온 지 9일 만에 들어갔다. 옷은 갈아입어야 했으니까. 아이들도 보고 싶고 사랑의 물이 오른 아내는 기다리다 지쳐 견디기 힘들어했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아내는 내가 운전하는 버스를 타고야 내가 집에 들어가지 않는 실체를 알게 되었다. 화가 난 아내는 술에 취해 남자와 모텔에 드나들었고 불륜 현장을 후배에게 들키고 말았다. 후배가 내게 전화를 걸어
"형 뭐 하는 거야? 집에는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바람을 피우더라도 마누라 단속 좀 잘해?"
라고 말해주었다. 난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믿기 싫었다. 적어도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어느 날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후배가 말해준 장소로 갔다. 아내는 술에 취해 사내와 모텔에 들어가고 있었다. 쫓아가서 남녀를 닦달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런 사실들이 없어지는 게 아니니까. 다른 놈과 잠자리하면서 몸부림을 쳤을 아내를 생각하니 정나미가 떨어졌다.
아내에게 바람을 핀 사실을 따져 물었다. 아내가 인정했다.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했다.
아이들도 있으니 어떻게 하든 살아보려고 용서했는데 아내와 잠자리를 하려니까 다른 놈과 몸부림치던 것이 뇌리에 생생하게 살아났다. 그것은 내가 아내의 은밀한 곳에 혀를 집어넣었을 때 금방 알아챘다. 내가 알던 맛과 전혀 다른 맛이었으니까..난 매일 밤 환상들 때문에 힘든 고문을 당해야 했다. 결국 난 달콤한 성생활을 위해, 즐거움을 위해 아내와 이혼을 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