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은 Oct 04. 2024

참다가 화병 나는 줄 알았는데 화분이 되었다

식물이 열매를 맺는 데 시간이 걸린다. 어떤 식물인지에 따라 걸리는 시간은 다르다. 뿌리를 내리는 과정을 보면, 흙 속으로 여러 가닥이 서서히 파고드는 것을 알 수 있다. 줄기가 흔들리지 않게 튼튼하게 받쳐 주는 것이다.


어렸을 때의 나는 지금보다 말이 많았다. 이야기를 나눌 때 상대방보다 내가 이야기하는 빈도수가 더 많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속사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말이 많으면 실수를 한다. 그리고 대화 상대가 이야기를 듣다가 금방 지쳐버린다.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어렸을 때의 나는 인내심이 많이 부족하였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이 지쳐서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제법 외로운 시절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자초지종. 내가 그렇게 만든 것이니까.


시간이 지나고 성장하고 성숙해졌다. 실수하지 않으려면 말을 아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말하기보다 많이 들어야 사람을 많이 얻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인간관계를 올바르게 형성하는 과정에서 인내심을 배웠다.


처음에 기다리고 참는 게 어려웠다. 생각보다 힘들었다. 참다가 참다가 화병이 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화병이 아니라 화분이 되었다. 참았다기보다 상대방이 이야기를 끝까지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준 것이었다.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화분이 되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동안의 과정을 거쳐오면서 많이 아플 때도 있었고, 눈물 날 때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결국, 화병이 아니라 화분이 되었다.


지금은 주구장창(주야장천) 나의 이야기를 하기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 담아 들어줄 수 있게 되었다. 때로는 "너는 왜 말이 없어?"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말이 없는 게 아니라, 아끼는 것이다. 불필요한 말을 아끼고, 필요한 말을 하는 것. 우리는 들을수록 얻는 게 많다. 배움이든, 사람이든.


1) 주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인가요, 이야기를 하는 편인가요?



2) 화병 나는 줄 알았는데, 화분이 되었던 적이 있나요? 언제, 무슨 일이었나요?
이전 23화 공부도 하고 싶어야 하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