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밴쿠버 건축회사, 동료와 분쟁이 있을 때 대처방법(4)

이민1세대의 당돌한 실무 에세이-회사

by 구워홀러

밴쿠버에서 만난 성가신 동료 이야기는 지난 (3) 편에서 일단락을 지으려 했으나, 관련된 항목으로 전문 카운슬러와의 상담으로부터 배운 점이 많아 다시 한번 다루어 본다.


지난 편에서 동료와의 분쟁에 대해 회사와의 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구글 또는 ChatGPT를 통한 전문적인 자료들을 먼저 확인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얘기했던 것처럼, 이번 카운슬러와의 대화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나는 회사로부터 만족하는 결과를 들었으므로, ‘사후 약방문’이라기보다는 대국이 끝난 장기를 ‘복기’하는 것으로 해두자.




캐나다에서 만난 카운슬러는 한국에서의 정신과 전문의는 아니고, 전문 심리상담가 정도 된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소파에 앉아 상담가와 이야기 나누는 장면을 연상하면 좋다.

Pinterest Nora Noraaaa, Mr.&Ms.Smith

단, 내가 상담가 사무실을 방문한 적은 한 번뿐인데, 2020년의 코로나 팬데믹 때 그의 모든 세션을 Zoom 앱을 통한 화상 미팅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나는 BCIT 졸업 후 이 카운슬러를 종종 찾은 적이 있는데, 당시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그중 하나가 무례한 상대방의 행동이 원인이었고, 이 상담가로부터 인간관계 대응 방법을 배웠었다.


나는 그 방법을 이번 성가신 동료에게도 적용했었는데, 방법은 간단하다.


1. 무례한 상대방에게 내 기분을 반드시 알린다. 면전에서 힘들다면, 문자메시지나 편지로도 가능하다.

2. 무례한 상대방의 이후 행동 관찰한다.

3. 태도를 고친 상대방과는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갖는다. 그러나 상대방이 같은 무례하게 군다면, 그 인간관계를 끊는다.


나는 위 순서대로 진행했고, 이 일이 회사라는 조직에서 벌어졌다는 특수성 때문에 위 2번과 3번 사이에 인사담당자에게 분쟁 사실을 알렸다. 그 후 마지막 단계로 그(녀)와의 관계를 끊었고, 서로를 아는 사람들 (Mutual Friends)에게 위 사실을 알림으로써 그 동료에 대해 철저한 차단을 시켰다.




회사의 공식적인 결론을 말하자, 카운슬러는 나의 대처 행동에 칭찬을 했지만, If 가정법으로 아래와 같은 질문을 했다.

그 동료가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일단락된 사안이었지만, 내 상상력을 조금 발휘해서

어느 순간 나는 아마 이성을 잃어, 그(녀)에게 소리를 지르고, 쌍욕을 했을 것이다."

라고 대답을 했다.


카운슬러의 답변은 손사래를 치며, 나의 위 답변은 '일반적인 대인관계에서도 하면 안 되는 행동'임을 알려주었다. 더구나 회사라는 공간은 Professional 한 특정한 목적의 장소이므로 친구, 지인들과의 관계보다 행동과 대응에 훨씬 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위 같은 행동은 주위에 있는 동료들이 모두 Witness가 되고, a Bad Guy는 바로 ‘내’가 되는 것. 이것은 내가 (3) 편에 ‘일방과실이 쌍방과실이 된다’고 예상했었는데, 이번 상담을 통해 동료에 대한 감정적 대응은 반드시 피해야 함을 전문적이고 공식적으로 확인받았다.

(이직하기 전 회사에서 어떤 동료가 일과 중 무엇인가 잘 안 풀렸는지 화를 참지 못 하고 전화 수화기를 책상에 여러 번 내려쳤던 적이 있는데, 내 상담가의 충고에 의하면 그 동료의 행동은 정-말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카운슬러의 위 If 가정 상황에 대한 최선의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지금 대화를 할 수 없음을 알리고, 그 순간을 벗어날 것 (I can't do the conversation right now.)

2. 회사 빌딩 밖으로 나가 근처를 몇 바퀴 돌 것 (5-10분)

3. 차분해진 상태에서 HR에게 알릴 것. 동료와 대화를 할 필요는 없음


돌이켜 보면, 동료에게 '지금 이야기하는 아이템을 프로젝트 데드라인 끝나고 다시 이야기하자.'라고 대화중단한 것까진 잘했었다. 하지만 그 뒤 내가 했던 행동은 안경을 벗고, 얼굴을 감싸 쥐는 것이었다. 이런 반응에도 동료가 자리를 지켰기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대화를 나눴었지만, 내가 했었어야 하는 행동은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이었다.




이 다툼은 사실 처음부터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비슷한 직급의 동료 간 업무 중에 상대방을 묻고 따지는 행동은 애초부터 벌어질 수 없는 일.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건설적인 의도’로 무언가를 가르쳐줄 수는 있지만, 서열이 확연히 구분되지 않은 관계에서 한 당사자가 상대에게 교훈을 준다거나, 이것을 넘어 상대를 평가하는 것은 한국말로 '오지랖이 넓은 행위'뿐이었다.

오징어게임 시즌1, ‘오지랖은 쓸데없이 넓은 게 머리는 너무 나빠서’

더구나 동료의 업무 지적 외에도 그(녀)가 했던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시비'에 대해 내가 했었어야 하는 방법도 내 카운슬러한테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녀)의 피드백을 즉시 매니저에게 알렸여야 했던 것'.


프로젝트의 피드백 (또는 불평불만)은 전적으로 프로젝트 매니저의 몫이다. 프로젝트 진행과 결과물은 매니저가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인력은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등 최적의 생산력을 계산하여, 최선의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 이것에 대한 비판 (또는 비난)은 사실 평직원인 내가 아니었던 것으로 권한 없는 일반 직원이 프로젝트의 시시비비를 다른 직원한테 지적하는 것은 매우 우스꽝스러운 상황이었다.


지금도 믿고 싶지 않지만, 동료의 행동이 순전히 나를 불쾌하게 만들려는 것이었다면, 이에 대한 반응 역시 바로 매니저와 HR로 직행해야 한다. 회사 동료 간 다툼은 당사자가 해결할 것이 아니라, 오롯이 매니지먼트 팀과 인사담당자의 몫으로 넘겨야 한다. 단, 이때 회사에 알리는 말의 톤 조절이 반드시 필요한데 절대로 Whining 말투는 삼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회사는 특수 목적 조직체이기 때문.


또한 인사담당자와 카운슬러는 ‘그(녀)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을 인지’하고 있는 사실을 무척 중요하게 보았는데, 동료와 불합리한 일을 때 가능하다면 증거가 될만한 의견을 꼭 받아두도록 한다. (나는 시도하지 않았지만, 필요하다면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도 활용한다.)

지난 3편 회사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위 대화를 구글 번역 후 첨부하였다.




지난 편에서 이번 분쟁의 원인으로 케케묵은 한국 문화를 간직한 이민자를 환기시켰다. 하지만 그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였다.


그 동료가 했던 여러 행동들은 아래 그림상 ‘바람직하지 않은 직원상’에 여러 가지 속한다. 이 사회에서도 과거부터 벌어졌던 직장 내 옳지 않은 행동들이 데이터로 차곡차곡 쌓여 ‘이런 행동들은 회사에서 해서는 안된다.’라고 명문화되었다. 단지 나는 캐나다 사회에서 간주한 최악의 동료를 만났던 것이고, 마침 그(녀)의 국적이 한국이었던 것뿐이었다.

출처: Sean McPheat



회사에서 무례한 동료와 불미스러운 상황이 있다면, 동료와 분쟁이 있을 때 대처방법 시리즈를 참고했으면 하며, 한 유튜브 방송에서 이지훈 변호사가 한 말을 덧붙인다.

지나가는 사람 100명한테 물어봐서 그들이 내가 틀렸다고 해도, 내가 맞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맞는 거예요.


keyword
이전 12화밴쿠버 건축회사,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