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째 밤
"오늘이 당신의 마지막 날입니다."
누군가 내게 삶의 마지막을 알린다면 나는 끝까지 해보지 않은 자신을 후회할 것이다. 오늘 디자이너 J와 원온원을 하면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어떻게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지', '바쁜 와중에도 세미나를 열고 북스터디를 진행하는 게 힘들진 않은지' J가 하고 싶은 질문은 내가 하는 모든 일의 원동력은 무엇인지였다. 다양한 이유는 있지만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진심은 결핍에 있었다. 나는 자유롭게 행동하는 삶을 바란다. 여기서 자유란 마음대로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되돌리기엔 멀리 왔다는 부담감 등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몰입하는 삶을 말한다.
지난날 후회를 했던 일을 돌아보면 실패한 경험이나 창피함을 느낀 날보다 망설임 끝에 하지 않았던 날이 더 기억에 남는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업에 대한 압박으로 친구들과 학교 밖에서 추억을 만들지 못했다. 대학 시절에는 부모님에게 부담을 드리기 싫어 교환학생을 신청하지 않았다. 취준생 때는 알바나 계약직이란 안전망에 머물러 서류 지원을 미뤘던 게 아쉬웠다. 반대로, 대학생 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최단기로 그만뒀던 일, PM 일이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중간에 세탁공장에서 생산관리를 맡았던 일 등은 후회하지 않는다. 적어도 어떤 일이 나와 잘 맞는 옷인지를 배울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삶의 데드라인을 미리 알게 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주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다. 피곤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연락하지 않았다면, 이젠 시간을 내서라도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두 번째로 비싼 항공권과 물가로 버킷리스트 맨 끝에 뒀던 스위스를 방문해보고 싶다. 광활한 자연 앞에서 한 점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몸소 경험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바닥부터 차근히 올라서 해냈다는 자신감을 얻고 싶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 실행에 옮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