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다가 문득, 친구와 대화하다 문득, 책을 읽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면접장에서 내뱉었던 발언들 그리고 창피함. 최근에 하는 취미가 무엇이냐 물었을 때 나는 현재 하고 있는 글쓰기를 얘기했다. 관련해서 꽤 많은 질문이 들어와 열정적으로 얘기했던 것 같다. 몇몇 질문에 답을 제대로 하진 못했지만 분위기는 좋았기에 나름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그다음 주에 불합격 통보를 받아 당황했었다.
이 얘기를 잘못 꺼냈나? 글쓰기 얘기할 시간에 회사에 대한 관심을 어필했어야 했나? 뭐가 문제인지 알 길이 없으니 내뱉었던 말들이 모두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내 생활과 사고방식이 모두 부정당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평소대로 행동하거나 말을 할 때도 무언가 걸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떤 일을 잊고자 할수록 그 일을 더 떠올린다는 인지심리학의 내용처럼 실패한 면접 과정에 내 마음이 얽매여 있는 상황인 것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장면이 떠오를 때마다 도리질하는 것을 그만두고 인정하기로 했다. 그 회사 분위기와 핏이 맞지 않기 때문에 들어와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배려한 것이라고. 나와 잘 맞는 회사를 아직 찾지 못한 것뿐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