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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Mar 16. 2020

회상

3년 전 겨울, 서울에 처음 올라온 그 날

아르바이트 출근 첫날 원래 일어나지 않는 시간에 눈을 뜨고 갈 채비를 마치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11월의 새벽은 추웠다. 나는 코트의 단추를 채워 찬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인적이 드문 거리를 걸으니 기분이 묘하다. 밤새 잠자고 있던 해가 조금씩 얼굴을 내밀 준비를 하자 하늘은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축축이 젖은 아스팔트 길 위를 지나가며 추운 겨울 온 세상이 까맣게 색칠되어 떠돌이 개도 잠든 새벽에 하얀 패딩을 입은 소녀가 캐리어 손잡이를 쥐고 버스정류장에 서있다. 그는 누가 가까이 올세라 주위를 경계한다.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과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번갈아가며 소녀의 마음에 들락날락한다.

나는 먼 거리에서 그의 앳된 모습을 생각해보려 애쓴다. 머리를 질끈 묶었었나. 눈을 반짝이며 버스가 언제 오나 두리번거렸었나. 마침내 기다리던 버스가 소녀의 앞에 도착했다. 버스는 추위에 떠는 사람들을 태우고 떠났다. 그 광경을 지켜보다 그만 내릴 역을 놓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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