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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Feb 02. 2024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법

순항 중이던 프로젝트가 론칭 일주일을 채 남겨놓지고 않고, 이유도 모른 체 갑자기 중단됩니다. ‘왜?’라는 질문을 던졌으나 돌아온 답은 불명확합니다. 프로젝트 팀원들은 갑작스러운 통보에 부정, 분노, 그리고 좌절을 느낍니다. 월급이 안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며 비아냥거리는 얘기도 들립니다. ‘월급쟁이가 그렇지 뭐!’하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커집니다.


직장 생활에서 누구나 위기를 겪습니다. 프로젝트 무산 역시 예사로 겪는 일 중 하나일 것입니다. 처음에는 ‘왜?’에 집착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 왜는 자연스럽게 나에게로 향합니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을까? 그리고 자책으로 이어집니다. ‘이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났을 거야. 우리 조직은 뭘 해도 안될 거야. 난 이 조직에서 영원히 성공할 수 없을 거야’라는 부정적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됩니다.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이를 회복을 방해하는 ‘3P’로 명명했습니다.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라고 생각하는 개인화(Personalization), 삶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여기는 만연함(Pervasiveness), 사건의 여파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는 영속성(Permanence)입니다.


인생은 위기라는 변화구의 연속입니다. 삶이 계획대로 되지 않고, 변화구를 맞이했을 때, 3P는 부정적 방향으로 강화됩니다. 어떤 사건을 개인적 이유로 치부하고, 그 여파가 만연하고 영속될 것이라는 생각이 강화될수록 우리는 위기의 늪에 흐느적거리게 됩니다.


위기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잠시 멈추는 것입니다. 늪에 빠졌을 때 빠져나오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더 깊게 빠져듭니다. 잠시 멈추고, 그 상황에서 맞닥뜨리게 될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 봅니다. 슬픔을 인정하고 자신이 통제할 수 없음을 과감하게 인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무산되었지만, 조직이 없어진 것은 아니고 회사가 망한 것도 아닙니다. 당장 일자리를 잃은 것도 아니고,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아직은 오지 않은 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지금 상황은 오히려 그에 비해 별거 아니라고 깨닫게 되는 지점이 올 것입니다.


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 다행이라고 인정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길 때까지 더 최악을 생각해야 합니다. 생각의 흐름을 ‘나’로 가두지 말고, ‘밖’으로 더 눈을 돌려야 합니다. 이 불행이 ‘나’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운 나쁘게 내가 잠깐 속했을 뿐 나를 둘러싼 주변인과 환경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일상의 경험들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악의 상황이라는 바닥을 찍어야 비로소 탄력적으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스프링은 강하게 압축할수록 탄력이 높아집니다.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생각을 더 최악의 상황으로 밀어 부칠수록,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의외로 이 상황이 생각보다 별개 아니라고 인정할 수 있을 때라야 회복이 됩니다.


위기 상황에 ‘면역’된 이는 없습니다. 다만,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전략’만이 존재합니다. 3P라는 늪에서 허우적댈 것인지, 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지금 이 상황이 의외로 별게 아니라고 생각하든지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아직 더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야 역설적으로 우리는 위기의 순간에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Diane Coutu, ”How Resilience Works”, Harvard Business Review (May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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