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영로스팅 Feb 02. 2024

커리어가 정체되었을 때, 판다를 의심 하라

‘판다’는 겉으로는 순박해 보이나, 표범보다 더 강력한 치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판다가 사람을 먼저 공격하는 일은 드물지만 대나무를 씹어먹는 치악력으로 사람에게 중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느림보로 굼뜰 것 같지만, 100kg이 넘는 판다가 나무를 훌쩍 오르는 경우도 흔합니다.


누군가에나 약점은 있습니다. 직책자가 되었다는 것은 약점보다 강점이 조직 내에서 검증 받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은 약점은 CEO가 되는 길에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대놓고 알 수 있는 약점은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동안 극복하거나 감추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하지만 미처 알지 못한 ‘판다’ 같은 약점을 조심해야 합니다. 눈에 띄지 않아 미처 몰랐으나, 그 ‘판다’가 물고 늘어지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113명의 CEO가 되지 못한 유망한 C-레벨 인재들을 분석한 결과, 62%는 하나의 ‘판다’를 가지고 있었고, 10%는 두 개 이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35%는 이 ‘판다’가 CEO로 고려되는 과정에 치명적 약점으로 드러났습니다.


주요 ‘판다’는 크게 네 가지였다.

36%의 ‘판다’는 CEO로서의 존재감과 관련된 것이었다.

28%는 커뮤니케이션 스타일과 관련이 있었으며,

29%는 동료와의 관계와 연관된 것이었다.

나머지 7%는 과도한 낙관주의나 완벽주의였다.


첫 번째, 어떤 이를 CEO 후보로 고려할 때 의의로 사소한 것들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쾌한 입냄새가 난다든지, 회사 문화와 맞지 않는 사소한 것들이 지적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자신감’입니다. 자신감이 높은 이들은 CEO가 될 확률이 2.5배 높았습니다. 자신감이 어떻게 비치는지 스스로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사내에서 자신을 상대적으로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수 있는 멘터를 찾거나,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해 코칭을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두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입니다. 예를 들어, 한 후보자는 장황하고 난해한 용어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지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학계에서나 어울릴법한 화법은 큰 약점이 되었습니다. 결국 이사진은 주주들이 이해할만한 단순하고 결론 중심의 명료한 방식의 화법을 구현하는 후보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상하고 지적이며 ‘상아탑’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이들은 직관적인 용어를 쓰는 이들보다 CEO가 될 확률이 8배 낮았습니다. 말단 직원과 눈높이를 맞추고, 성과에 집중하는 화법이 강의실 스타일의 화법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또 하나 주목할만한 점은 ‘우리’보다 ‘나’를 더 많이 사용하는 이들은 CEO가 될 확률이 낮았다는 점입니다. ‘나’를 문장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현명하게 자신의 성과를 드러내는 이가 더 유리했습니다. 팀워크를 먼저 내세우며, 어떻게 ‘같이’ 이루어낼 것인지를 주목하는 이들이 CEO가 될 확률이 높았습니다.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미국에서는 억양이 셀 경우 CEO가 될 확률이 12분의 1로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문법이 다소 틀리거나 억양이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여겨질 때, 이들의 지적 능력이나 역량이 같이 무시되는 경우가 아직도 흔합니다. 이 경우에는 악센트를 고치고 문법을 정확하게 구사하는 것이 길입니다.


세 번째는 동료와의 관계입니다. 유능한 임원의 경우, 자기 부서나 분야에서만큼은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과 평가서에는 상사나 부하 직원들로부터 훌륭한 결과나 열정에 대한 찬사로 가득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조직이나 팀이 같이 성장하는 것보다 개인의 성공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중간관리자로서는 적합하나 그 이상은 올라가기 힘듭니다. 자신이 정해놓은 ‘테두리’ 밖을 넘어 ‘같이’를 고려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조직이 커질수록 한정된 자원을 놓고 부서 간 갈등이 첨예한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잠재력 높은 후보자는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다 같이 상생하며 최고의 성과를 낼 방법을 찾습니다. 높은 성과를 내는 이들은 주변인들을 ‘존경’과 ‘경외’로 대합니다. 때로는 성과를 내기 위해 관계를 깨는 경우도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팀워크를 키우고, 올바른 명분을 쌓아 많은 이들을 따르게 만듭니다.


치명적일 수 있는 ‘판다’가 오랜 기간 동안 방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과 관계가 있습니다. 피드백을 주는 입장에서는 너무 사적이거나 사소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회피하게 됩니다. 특히 그 성과를 내고 있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이런 피드백을 피합니다. 피드백을 받는 입장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길 확률이 높습니다. 성과로 평가받으면 되지, 미팅에서의 사소한 옷차림이나 말버릇을 중요치 않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피한 이 피드백이 종국에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오늘 놓친 ‘사소함’이 커다란 약점으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커리어가 어느 순간 정체된다고 판단되었을 때, 지난 시절 받았던 피드백을 떠올려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소하지만 놓친 것이 무엇인지 되새겨보고 무엇이 치명적이었을지 반추해 봅니다. 혼자 힘으로 알기 어려울 때는 동료에게 진실되게 조언을 구하거나, 외부 커리어 코칭을 찾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래서 커리어가 정체되었을 때 한 번쯤 자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판다는 무엇일까?


<Elena Lytkina Botelho and Katie Semmer Creagh, “What to Do If Your Career Is Stalled and You Don’t Know Why”, Harvard Business Review (November 2018)>

이전 28화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