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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Feb 02. 2024

전문가에서 전략가로의 여정

7가지 리더십 행동 모델

저는 경영컨설턴트로 30대를 온전히 보낸 후, 하나의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로서 논리와 숫자를 바탕으로 한 설득력에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지만, 리더로서 많은 이들을 이끈 경험은 없었고 세상을 흑백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일종의 ‘컨설팅병’을 앓고 있던 참이라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현업으로 옮겼으나, 같이 일하게 된 상사 중 한 분은 '전형적인 ‘외교관’ 유형이었습니다. 겉으로는 온화하고 조직에 충성스러웠으나, 갈등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지나치게 예의 바르고 친절하다 보니 타인에게 직설적인 피드백을 주거나 갈등 상황을 만들려 하지 않았습니다. 갈등이 생기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출장을 간다거나 불편한 미팅을 최대한 미루려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본인이 예의 바른 ‘외교관’이 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갈등을 조장하는 ‘악역’이 존재해야 했고, 주변인들은 ‘악역’이라도 자처해서 성과를 만들다 지쳐가거나 아니면 비위를 맞추며 태업하는 상황도 벌어지고는 했습니다. ‘외교관’ 유형은 예의바름을 통해 팀의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강점이 있으나, 높은 자리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당시 뼈저리게 느꼈던 교훈은 ‘갈등’을 회피해서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일부러 갈등을 만들 필요는 없으나, 조직을 위한 성과를 내는 여정은 어쩔 수 없는 고통을 수반합니다. 이 여정을 함께 하지 못하는 이가 있다면, 건강하지만 ‘필요한 갈등’을 만들고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문가’에서 ‘성취가’로 변모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전문가’의 세상에서 ‘갈등’이 필요치 않았던 이유는 내가 상상한 하얀 도화지에 전략을 그리고서는 실행이 되겠지 하는 망상에 빠져 있었기 때문인 것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팀워크를 강화하고, 타 부서의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거나 때로는 버스에서 강제로 내리게 해야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어디로 갈 것인가?’보다 ‘누구와 여정을 함께 할 것인가?’입니다.


하지만, ‘성취가’로서의 여정은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저 또는 제 팀이 온전히 성과를 만들고 있다고 착각에 빠지는 순간 배타적인 교만함이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다른 팀을 배척하고, 다른 이들의 선한 의도를 숟가락 얹기 식의 정치적 행위로 해석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시장이나 경쟁 상황의 변화, 또는 조직의 변화가 어느 순간 상상치 못한 변화의 파도를 만들어냈습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나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횡보, 회사 차원의 공격적인 M&A를 겪으면서, 내가 속한 조직 단위의 ‘성취가’에서 진정한 의미의 ‘전략가’로서 생각의 그릇을 더 키워야 함을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나 혼자 아무리 잘하더라도 조직의 큰 변화 앞에서는 의미가 크지 않았습니다. ‘전략가’는 부서를 넘어 전체 조직의 한계를 분명히 인지하고, 이를 뛰어넘기 위해 집중합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인관계, 조직 내 관계, 조직을 넘어선 생태계에 집중하며 넓은 시각으로 변화를 조망해야 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창작자의 권리 제고와 함께, 번역 품질을 제고하고 불법물에 대응하며 나아가 전체적인 생태계를 키위기 위한 고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가 ‘전략가’의 고민이 될 것입니다.


리더십의 행동 모델은 7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전문가’, ‘외교관’, ‘성취가’, ‘전략가’ 외에도 ‘기회주의자’, ‘개인주의자’, ‘연금술사’가 존재합니다. ‘기회주의자’, ‘개인주의자’는 단어가 주는 어감 그대로 파괴적인 유형입니다. 기회주의자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려 하는 유형인데 반해, 개인주의자는 남에게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성과를 낸다는 측면에서는 벤처기업이나 소규모 컨설팅 회사에 어울립니다.


하지만 개인주의자는 개인의 이득을 위해 불필요다고 판단되는 규범이나 방식을 과감하게 무시하는 비윤리적인 모습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유형이 리더가 되면 모럴이 극단적으로 사라지는 ‘엔론’ 사태가 유발될 수도 있습니다. 이기주의자는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따르지 않아 피해가 최소화된다면, 개인주의자는 유능함을 무기로 조직 관점에서는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유의해야 합니다.


한편, 연금술사는 리더로서 최고의 소양을 지닌 이입니다. 이 유형에는 카리스마가 있고 높은 도덕 유형을 가진 유명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진실에 집중하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에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 차별을 없애려 한 넬슨 만델라와 같은 위인입니다. 따라서 기업 단위에서 최고의 리더십은 보통 ‘전략가’인 경우가 많으며, ‘연금술사’와 같은 유형의 위인이 나타나기는 하나, 극히 예외적입니다.


일반적으로 개인의 커리어에서는 ‘전문가’에서 ‘성취가’로 ‘성취가’에서 ‘전략가’로 변모하는 과정을 통해 더 단단한 리더로 진화합니다.


전문가에서 성취가가 되는 방법은 수단보다 목적에 집중하면서 보다 더 많이 위임할 수 있어야 하고, 성과를 중심으로 조직을 경영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상황에 대해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각 팀원들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면서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전문가로서 자신이 제일 뛰어나다는 자만감을 버리고, 상대와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한발 더 나아가 전략가로 변모하는 과정에서는 일종의 ‘깨달음’이 필요합니다. 자신과 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다양한 관계에 집중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명분과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비전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성취가 주어진 역할에서 최선의 성과를 내는데 집중한다면, 전략가는 스스로가 비전과 목표를 수립해서 상대를 설득합니다.


누구나 상황에 따라 모자를 바꾸어 쓰듯 다른 행동모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리더에게는 7가지 유형의 행동모델이 존재합니다. 이를 잘 이해하고 자신이 어떤 역할을 선택할 것이냐에 따라, 어떤 그릇의 리더가 될 것이냐가 결정됩니다.


커리어 초반에는 어떤 분야든 전문가가 되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해야 하며, 그 후로는 성취가와 전략가가 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매 순간 질문해야 합니다.


나는 지금 어떤 모자를 쓰고 있는가?


<David Rooke and William R. Torbert, “Seven Transformations of Leadership", Harvard Business Review (April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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