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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 Nov 17. 2019

What's Your Final Goal


또 한 명의 선배가 퇴사한다. 관련 업계의 규모가 큰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스카웃 받았다고 했다. 누군가의 이직 소식은 잔잔하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킨다. 매일 같은 표정으로 근무하지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 모두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마주할 때면 문득 나만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10여년간 좇던 영화를 포기하고 지금의 회사를 찾기까지 모두가 그렇듯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전혀 다른 업계였지만 다행히도 일은 재미있었고 때때로 보람도 느꼈다. 내가 입사하던 시기에 남자친구 역시 살얼음판 같던 인턴을 마친 뒤 무사히 정사원이 되었기에 당시 우리는 자주 서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했고 조금씩 조금씩 커리어에 대한 희망을 그려 갔다. 그리고 약 3개월 뒤 직속 선배이자 팀장님이 퇴사 예정이라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심적으로 많이 의지 했던 분이 떠난다는 것 자체로도 충격이었지만 더욱 놀랐던 건 그 분이 이직하는 곳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사팀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팀장님은 올해로 5년차가 되는 중간 관리자였기에 나는 그 분이 떠날 거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 했었고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에서 모두가 아는 기업, 그것도 글로벌 외국계 기업으로의 이직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는 더더욱 몰랐었다. 물론 팀장님은 업무적으로나 인성적으로나 인정 받는 분이었기에 어떤 식으로든 잘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아마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는, 같은 바운더리 내에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사실은 다른 레벨이었다는 것을 확인해서였던 것 같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덧 몇 명의 후임도 두고 있는 3년차 실무자가 되어 있었다. 권한이 늘어나는 만큼 책임져야 할 일도 많아졌지만 다행히 아직까지는 일도, 회사 생활도 재미 있다. 그럼에도 '이제 3년차'라서 받는 기대와 '아직 3년차' 이기 때문에 주어지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일에 대한 방향이나 기준이 잘 서지 않을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경력을 쌓아 나간다면 언젠가 나도 그 팀장님처럼 크고 넓은 어딘가로 갈 수 있을까.








“아마 그 분은 따로 인사 공부를 더 하셨거나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를 할 수 있었을 거야. 은영이가 그 분과 스스로를 구분 짓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충분히 은영이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무엇보다 우리가 5년차가 되었을 때는 또 다른 시야가 생기지 않을까?”


우울해 하는 나를 지켜보던 남자친구의 말에 비늘이 벗겨지는 듯했다. 당시 이직을 계획 중이던 남자친구와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했다. 햇수로는 4년차였던 그의 최대 고민 역시 '그래서 대체 나의 스페셜티는 무엇인가’. 게다가 강도 높은 업무와 자주 바뀌는 체계를 견디지 못해 떠나가는 수많은 선배들을 보며 그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랑하는 사람의 응원 한 마디에 날뛰던 가슴이 한층 진정됐다. 커리어에서 큰 그림을 그려 둬야 할 것 같은데 그 그림이라는게 잡히지 않아 여전히 답답하지만 괜히 겁 먹지 말고 모르면 배워가면서 성장하면 된다고 결론 내렸다. 리크루터로서 매일 인터뷰 말미에 지원자들에게 하는 질문이 있다. "So, what’s your final goal?" 이제 나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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