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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비 Oct 05. 2022

08. 삶과 죽음

지금 이 순간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렵다.

시기를 예측할 수 없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상실의 경험은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에 많은 이에게 죽음이란 기피의 대상이며, 미지의 영역이다.


하지만 아빠와의 작별은 내게 일러주었다. 나를 포함하여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의 삶에는 언젠가 끝이 있다는 것을. 결국 모든 생명은 삶에서 죽음으로 떠나야만 하는 필연의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그러므로 죽음에 대한 사유는 깊이 있고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삶의 과정 가운데 하나이다.










삶의 끝이 죽음임을 진실로 깨닫는다면, 지금 살아있음이 애틋하고 소중해진다.

사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만을 살아갈 수 있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실재하는 건 오로지 지금 이 순간뿐이기에 지금의 나에겐 보다 이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미래를 위한 성장의 기회 또한 지금 여기, 무궁무진하다.


삶이 유한함을 직시하면,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등의 시간 낭비를 하지 않게 된다. 또한 필요하고 가치 있다고 판단되는 것에 정성과 시간을 쏟게 된다. 

그러니 지나간 것에 집착하거나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나에겐 더 좋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지금’만큼의 시간이 있으니까.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에 길이 남을 영혼의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죽음으로 인해 육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하여도 영혼이 남긴 발자취는 영원하다. 남은 사람이 떠난 사람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것 또한 영혼이 남긴 위대한 흔적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 그들에게 사랑하는 만큼의 따뜻한 흔적을 남겨주어야 한다.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나는 내가 하나뿐인 고유의 존재임에 감사하다.

모두가 그러하다. 사람은 자신의 존재 안에서 충분히 빛나고 있기에 무언가를 더하지 않아도 이미 완성된 존재이다. 그러한 소중한 나의 삶을 타인의 잣대나 기대에 맞추며 낭비하기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너무나도 짧다.


소피는 깊이 생각에 빠진 채 자갈길 위에 우뚝 멈춰 섰다. 영원히 살 수 없다는 걸 잊어버리기 위해 지금 살아 있다는 것만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려 할수록 죽음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이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지리라는 느낌이 강하게 차오르자 삶이 얼마나 값지고 귀중한지 명료해지기 시작했다. (…) 소피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존재한다는 것도 제대로 경험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삶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피할 수 없는 죽음을 깨닫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 『소피의 세계』


그리하여 앞으로 나는 이전보다 조금 단순한 시각으로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삶의 사명을 찾고, 원하는 것을 얻고, 치열하게 성장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평범한 일상에 존재하는 충분한 의미와 가치를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사랑의 마음을 전할 것이다. 후회가 없을 만큼 소중한 인연에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상실의 터널에서 바라본 격동의 나날이 비로소 잔잔한 파도로 거듭났을 때, 나는 생각했다.


살다 보면 가슴에 묻은 채 나아가야만 하는 순간이 있겠지. 그 순간이 ‘지금'임을 안다는 것은 얼마나 커다란 행운일까.


그리고 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채비를 시작하였다.

당신의 카세트테이프, 아빠의 유언이 기다리고 있는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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