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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밍 Oct 04. 2020

남미에 가는 법 2.
때로는 그냥 저질러보자


사실 내가 남미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오래전 우유니의 소금사막 사진을 본 열아홉살 때였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하얀 소금 바닥에 비쳐 만들어내는 비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언젠가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그러고 나서도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록 남미를 가지 못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치게 생각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남미여행은 비싸.
 남미는 무서워.
 장기휴가는 말도 안되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지도 않은채 이런 생각들을 하느라 실제로는 한번도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 그리고보면 <남미대란> 덕분에 충동적으로 티켓을 끊은 덕분에 이런 잡생각들을 떨칠 수 있었으니 지름신이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가. 비록 갑작스럽게 시작된 남미여행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았다. 상상력은 때로는 우리가 도달하지 못하는 곳에 데려다 주는 날개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족쇄가 되기도 한다. 나에겐 남미여행이 그런 경우였다. 오랜 시간 동안 최악의 상황만을 상상하다보니 아예 갈 수 없는 곳이라고 내심 단정짓고 살아왔다. 하지만 막상 티켓을 끊고 나니, 그 이후의 일들은 상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게 풀렸다. 아니, 오히려 뜻밖의 행운이 따라주기까지 했다. 여행을 가기 전 가장 부담을 느꼈던 것이 장기 휴가를 내야 한다는 점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3주나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행운도 따라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뭔가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때로는 그냥 저질러 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지 모른다. 의외로 생각보다 쉬울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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