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은 가보고 싶지만 너무 멀고, 어쩐지 여행하기엔 무서운 나라, 남미. 가끔 남미로 떠나는 상상을 해봤지만 그때는 항상 "지금"이 아닌 언젠가 먼 미래였다. 왜냐하면 회사를 다니며 휴가를 쓰고 가기에는 너무 먼 곳인데다, 지카 바이러스나 이따금 일어나는 총격사건 같은 뉴스를 듣게 되면서, 남미는 나같은 평범한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내가 무려 혼자서, 심지어 3주 동안이나 남미로 여행을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남미대란> 때문이었다. <남미대란>이란 17년 상반기에 아에로멕시코 항공사에서 리마 왕복 티켓을 30만원대 중반이라는 말도 안되는 가격에 풀었던 프로모션을 말한다. 일본을 다녀올 돈으로 남미를 다녀올 수 있다니 이건 못먹어도 GO다! 티켓 가격을 본 순간 나는 홀린듯이 순식간에 티켓을 결제해버렸다. 그렇지만 생각없이 티켓을 지르고 난 뒤에는 또다른 난관이 남아있었다.
-아…팀장님한테는… 어떻게 말씀드리지?
직장인으로 산지 만 4년. 그동안 회사를 다니며 배운 점은 보고에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언제 말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지차이다. 가격에 눈이 팔려 호기롭게 비행기 티켓을 끊어놓았지만 2주 동안의 휴가를 보고하는 것은 쉽지 않은 미션이기에 언제 어떻게 보고를 할 것인지 상당히 고민스러웠다. 티켓을 구매한 것은 4월쯤이었지만 팀장님께는 차마 말씀 드리지 못한채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여름 휴가철이 돌아왔다. 그 무렵 팀 사람들과 점심식사를 하던 중에 팀장님이 말했다.
- 다들 휴가계획이 어떻게 돼요?
- ‘기회다...!'
그때 그순간만큼 휴가계획을 말하기에 적절한 순간은 아마 없을 것이다. 두려웠지만 언젠가는 꺼내야할 이야기라면 지금이 바로 최적의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저…팀장님...사실 저 여름에는 안쉬고…연말에…
그렇게 휴가계획을 조심스럽게 꺼내봤는데, 팀장님의 반응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 그러니까, 12월 2,3주차를 쉰다고?
- 아,네 연말 티켓이 없어서...저는 12월 4주차에 돌아와서 일하...려구요...
- 뭐하러 그래요? 남들은 연말에 다쉬는데 혼자 나와서 뭐하게. 4주차까지 쉬어요 그냥
- …에?
정말이지 극적인 반전이었다. 평소에도 쿨하신 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쿨하실 줄이야. 마음 속으로 팀장님께 노예계약서를 쓰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여태 전전긍긍했던 것이 우스울 정도로 나의 남미여행은 2주에서 3주로 연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