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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나뭇가지 Apr 29. 2022

누가 나를 들여다보았다

제비의 보은

누가 나를 들여다보았다


아스팔트 위에서 절룩이는 어린 제비를

두 손으로 감싸고 왔다

되는대로 귤 박스 하나 둥지로 만들었다


봄도 아무는 볕을 물고 드나들었는지

제비는 며칠 박스에 묵었다

잡은 애벌레를 젓가락으로 내밀자

부리를 족족 벌렸다


한동안 내 눈빛에 연명하던 제비에게

박스는 둥지였을까 벽이었을까


다음날 제비는 꽁지를 세차게 턴 뒤

포르날아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제비가 떠난 박스 안을 들여다보았다

먹다 남긴 애벌레 몇과

볼펜 똥 같은 배설물이 마지막 메모였다


황망히 사라진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보니

나도 세상이라는 박스 안에 넣어진 운명


봄이 되면 다시 돌아온다는 제비처럼

生이 이처럼 절룩이는지 나는

미처 몰랐다



*스토리코스모스 신인발굴공모전 당선 표제작 1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174&sort=default&gs=2&qa=&aa=&quantity=&author_type=2,&page=1


*작년 3월 다리를 다친 제비를 손에 감싸고 집으로 왔다. 

 박스 안에 있게 해 주었다.  

 다음 날 마당으로 나가 조금씩 걸어 다니더니 얼마 후 날아갔다. 

 금방 나은 걸 보니 크게 다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일 년이 지난 올 3월 제비가 돌아왔고 나는 당선 소식을 들었다.

  

 요즘 제비가 많이 들락거린다.

 제비가 처마 밑에 똥을 싸고  지지배배 시끄럽게 해도

 반갑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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