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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나뭇가지 Apr 30. 2022

동백나무 집

폐가가 된 빈집에서

동백나무 집



애초부터 비어 있는 게 아니었다

가족의 웃음소리가 바람에 섞여들었고,

인기척이 아침 해로 들어가 버렸을 뿐이다

눈을 비비며 기지개 켜던 아이들도

자라나 하나 둘 떠나갔지만

댕그라니 혼자가 된 노인네는

빈집과 하나가 되었다가

마지막 흔적마저 풍경과 함께했다

동백나무 한 그루

마당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동안

꽃송이 하나 방안에 들었다

꽃잎의 귀를 열고

그래, 모두 잘 있구나

내년에 또 오마

뒤란의 무덤이 점점 낮아져갈수록

백나무는  두근거렸다

이따금 기웃거리면서

누가 알아봐 줄 거라는 듯

빈집을 꽃으로 쓸고 또 쓸었다




* 어린 시절 살았던 집에 들렀다.

  폐가가 되어버린 빈집 마당에 서있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간다.

  어린 시절 시끄럽게 떠들고 웃으며 함께 했던 형제들.

  얼마 전까지 홀로 이 집을 지키고 있던 홀로 된 노인

  이제는 노인마저 세상을 떠나고 집을 지키는 건 동백나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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