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군에 입대하던 날
아침해 걸려 있는 산 능선이
갓 깎아놓은 신병의 두상 같다
짧은 머리카락의 나무들 위로
구름이 일제히 정렬하고 있다
연병장을 메우는 구령소리에
속이 울렁거린다 이제 마지막이 될 시간,
누군가 나직이 흐느껴도
신병들의 행렬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여름 내내 나무에 징집되어 있던 나뭇잎들,
스스스, 새로운 보직인 양 바닥을 뒹구는데
돌아설 때까지 쥐고 있던 핸드폰이
파르르 진동음을 낸다
연병장 지나 모퉁이로 돌아갈 때
노란 은행잎들 전송하듯 뒤따른다
한 달 뒤 빈 가지가 경례처럼 보인다면
비슥하게 기운 모자를
바로잡아줘도 되는 날이다
*아들이 군에 입대하는 날 아침
논산 훈련소에 데려다주고 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