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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지 않더라도

by 끼리

독감으로 처방받은 4일분의 약을 다 먹고 추가로 처방받기 위해 동네병원을 다시 찾았다.


병원문을 열자마자 실감했다. 정말 독감이 유행이구나. 점심시간 끝나는 시간을 맞춰 갔는데도 수십 명이 앉아있었다.


그래도 대게 진료는 짧은 편이라 오래 기다리지 않고 내 차례가 되었다. 1분 남짓한 진료 후에 수납단계. 대기하면서 다른 분들 수납하는 걸 볼 수밖에 없었는데 아무래도 바쁘다 보니 섬세하고 친절한 응대가 어려워 보이긴 했다. 워낙 사람이 많으니까.


내 이름이 호명되고 ‘00원입니다 ‘라는 말과 함께 처방전을 내민 후 계산에 대한 어떤 멘트도 하지 않는 게 아닌가. 그러려니 하고 카드를 꽂자 그 직원은 본인 할 일 하러 데스크를 빠져나갔다. 결제가 됐다, 가도 된다 정도의 말은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잠시 멍하게 있다가 내 핸드폰에 울리는 결제 알림을 확인하고 카드를 주섬주섬 챙겨 나왔다


친절을 바라지는 않는다. 내가 친절하게 응대받아야 할 의무는 없지만 사람 간의 대면인 만큼 적어도 기본은 해야 하지 않을까. 씁쓸한 마음을 가지고 내려온 약국은 안내와는 너무나 대조되어 병원에 대한 아쉬움만 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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