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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토요일

by 끼리

토요일 출근 날, 남편은 본인이 쉬는 날이면 대부분 데려다주고, 퇴근하면 데리러 와준다. 근무하는 날도 내가 야간근무하는 날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번 데리러 와준다. 오늘은 아침에 준비가 늦어지는 바람에 쉬게 하고 싶었지만 요청을 했다.

“나 데려다줘야겠는 걸?”


토요일이라 그런 건지, 버스 노선이 연장돼서 그런 건지 요즘 부쩍 동네 버스 배차간격이 길어진 것 같다. 그래도 운 좋으면 앉기도 하고 치이지 않을 정도로는 다녔는데, 요즘은 그것도 쉽지 않고 오늘 차로 출근하면서 버스를 보니 휴일임에도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직장까지 가는 버스 번호가 단 2개뿐인 동네..



회사 주차장에 내려 인사를 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는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엇, 지갑이 없네’ 바로 몸을 돌려 출발하려던 남편 차를 세운다. “나 지갑을 안 가져왔나 봐! 이따가 데리러 안 오면 집에 못 갈 것 같다! “ ”으이구“ 바로 잔소리를 들었다. 차로 와서 커피 한 잔 사서 올라가려고 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이따가 못 올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카드 하나 달라고 했다. “좋아, 커피도 이걸로 사 먹어야지!” 지갑을 통째로 안 가져왔지만 꽁돈 생긴 기분?


룰루랄라 커피 사서 자리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많은

걸 안 가져왔다. 손거울도 없고 텀블러도 없고 항상 거실 테이블에 빼두는 물품들을 전부 안 가져온 모양이다. 정신을 어디다 둔 건지 참. 얼굴에 기름이 좔좔 흐르건 말건 보는 건 포기하고 아침에 산 커피잔은 텀블러 역할을 대신하면 된다. 해결 됐다.


퇴근하고도 무사히 남편은 제시간에 나를 데리러 왔다. 동네에 도착해서 아침에 받은 카드로 내가 고기 쏜다고 외식을 선언했다. 카드만 남편꺼지 뭐 공동 경제니 괜찮다. 누가 더 기분 내며 사느냐만 바뀔 뿐. 오늘은 정신없는 하루였지만 , 기분 전환 할 수 있는 건 언제든 이니까. 남돈내산이라 쓰고 내돈내산이라 읽는 그런 거랄까? 자책보다는 나쁘지 않음으로 지낸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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