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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월모일 Oct 23. 2021

우리 이대로 평생 가자

후회 없는 백패킹 아이템

첫 번째, 헬리녹스 체어원 

나의 첫 백패킹 굴업도에서는 친한 선배의 의자를 빌려서 떠났다. 그때 선배 의자가 헬리녹스였다. 그리고 배에서 만난 수많은 백패커들의 가방에는 하나같이 헬리녹스 체어원이 걸려있었다. 어떤 장비를 사야 할지 뭐부터 사야 할지 몰랐을 그때의 난 의자만큼은 헬리녹스로 사야지 다짐했다. 헬리녹스 체어 시리즈는 아주 다양하다. 보통 백패커 분들이 많이 사용하시는 체어 제로와 체어원 두 가지 제품 중에서 고민을 오래 했다. 체어 제로는 490그램, 체어원은 890그램. 무게에서 제로가 훨씬 공격적이지만 딱 앉았을 때 나의 엉덩이를 싹 감싸 안아주는 듯한 그 느낌이 체어원보다는 확실히 부족하다. 선배 의자가 체어원이라 이미 체어원의 좀 더 편안함을 느낀 나는 체어원으로 나의 첫 백패킹 체어를 선택했다. 99,000원이라는 가격이 물론 비싸긴 하지만, 한번 구매한 만큼 큰 문제없이 오랫동안 사용할 것을 생각한다면 과감히 헬리녹스 의자를 추천하고 싶다. (중복투자가… 따지고 보면 제일 후회스럽다, 중복 투자한 제품이 너무 많은 찐 경험자의 조언) 

왼) 체어제로 - 체어원 - 텍티컬 / 오) 나의 체어원
나의 체어원과 오빠의 체어제로

패킹, 무게, 견고함, 편안함, 디자인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제품이라고 생각된다. 체어원의 단점을 굳이 꼽자면 2가지 정도를 얘기할 수 있는데 첫 번째로는 앉게 되는 구조가 가만히 등을 젖히고 있을 때는 편하지만 밥을 먹을 때는 너무 웅크리게 된다. 특히 추운 겨울날 웅크리고 밥을 먹으면 체하기 일 수. 의식적으로라도 등을 최대한 젖히고 밥을 먹으려고 노력한다. 


두 번째, 트란지아 스톰 쿡셋 

사실 트란지아는 백패커가 되기 2년 전에 2017년부터 구매해두었던 제품이다. 친한 선배랑 함께 가볍게 피크닉을 떠났었는데, 그때 선배 남자 친구가 바로 트란지아를 챙겨 오셨다. 우리는 트란지아로 떡볶이도 만들어 먹었는데 나는 트란지아의 그 작고 귀여운 주전자에 마음이 뺏겨버렸다. 따뜻한 커피 따뜻한 차를 좋아하는 나이기에 주전자가 너무나도 탐이 났다. 그 길로 선배 남자 친구에게 소개를 받아 트란지아를 구매했다. (그리고… 한동안 사용하지 못했다.)

언니와 백패킹을 시작하면서 호명산 잣나무 숲으로 백패킹을 떠났을 때, 가막리들로 캠핑을 떠났을 때, 화기사용이 가능한 노지에서 트란지아는 빛을 발휘했다. 트란지아 덕분에 따뜻하고 맛있는 요리를 즐길 수 있었다. (앙증맞은 주전자로 내려마시는 드립 커피는 물론!) 냄비와 프라이팬 그리고 주전자까지 구성되어 있고 바람막이까지 있어 안전하게 불을 피울 수 있는 구조, 완벽한 스테킹이 트란지아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싶다. 다소 무게는 있지만 어차피 산에서 화기는 사용할 수 없기에 가볍게 떠나는 캠핑 혹은 차를 가지고 떠날 수 있는 노지 캠핑에서라면 무게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백패킹을 시작하면 보통 가방, 텐트부터 구매할 텐데, 어떻게 나는 트란지아부터 샀던 것일까 2017년의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내가 처음 사용했던 트란지아는 코팅 팬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코팅 제품은 아무래도 사영하면 할수록 코팅이 벗겨져서 교체가 불가피하다. 올해 초 트란지아의 모든 냄비와 프라이팬을 듀오 살과 과 경질제품으로 바꾸었다. 듀오 살은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를 결합한 제품으로 뛰어난 내구성과 긁힘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고, 경질의 경우 부식에 강하며 간편한 세척이 용이한 제품이다. 듀오 살과 경질에 모두 만족하고 있지만 굳이 고르라고 한다면 듀오 살이 좀 더 유용한 것 같다고 얘기하고 싶다. (셋 중에 듀오 살이 가장 비싼데, 역시 비싼 이유는 있는 법)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장비를 다시 세팅한다 해도 나는 무조건 트란지아를 구매할 것이다. 그만큼 트란지아는 나에게 소중한 첫 장비이고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장비이다. 


세 번째, 크레모아 울트라 미니 랜턴

왼) 나의 크레모아 오) 과소비 하고 죄책감이 든 모습

백패킹에 빠져들고 언니와 분당에 위치한 야호 캠핑에 필요한 장비를 사러 갈 때마다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늘 메모장에 적은 목록에서 한 두 가지를 더 사고야 말았다. 날이 추워 텐트 밖에서 따로 활동을 많이 하지 못했던 동계를 지나 따뜻함이 느껴지는 봄의 어느 날, 덕적도로의 섬 백패킹을 앞두고 야호 캠핑으로 향했다. 오늘의 가장 핵심 아이템은 랜턴이었다. 언니가 사용한다 레토의 LED조명에 만족해서 나도 레 토제 품을 구매하려고 했지만 내가 구매하려던 시기에 그 제품을 품절이 되어 더 이상 구매할 수가 없었다. 여러 영상을 섭렵한 결과 그날 나의 구매 목록 첫 번째 줄에는 ‘크레모아 울트라 미니’가 적혀있었다. 크레모아는 아웃도어 랜턴 제품에서는 가장 알아주는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캠핑, 미니멀 캠핑, 백패킹 스타일에 따라 라인들이 정리되어 있고 그 안에서도 사이즈와 성능에 따라 세분화가 참 잘 되어있다. 나는 백패킹이 메인이기에 큰 고민 없이 울트라 미니로 결정 내릴 수 있었다. 모든 백패킹과 캠핑에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 아이템은 어쩌면 크레모아 울트라 미니가 유일할 것이다. 다양한 장비가 점점 생겨나면서 목적에 따라 체어, 텐트, 매트는 달라지지만 랜턴만큼은 ‘어둠을 밝힌다’이 단 한 줄에 집중할 수 있기에. 


울트라 미니를 사용하면서 한 번도 고장이 난 적이 없었는데, 야외 여름 미니멀 캠핑에서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날벌레가 말도 못 하게 많이 있었는데, 이럴 때 야외 캠핑에서 랜턴에 불을 밝히면 정말 그 주위는 그냥 벌레 숲이 된다. 문제는 내가 랜턴 충전단자를 사용하고 마개를 막아놨어야 했는데 막아놓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랜턴 안에 죽은 날벌레가 어찌나 많던지… 집으로 돌아와 바로 AS문의를 남기고, 며칠 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죽은 날벌레들이 말끔히 사라진 랜턴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크레모아의 AS 시스템 칭찬합니다) 

주광색, 전구색, 주백색 세 가지 모드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분위기에 맞춰 조명 컬러를 맞출 수 있고, 광량 역시 조절이 가능하기에 야외랑 텐트 안에서 적합한 밝기로 조절하면서 사용이 가능하다. 아마도 백패킹 랜턴을 크레모아 울트라 미니로 입문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으실 거다. 2년 넘게 고장 한번 없이 사용해보니 그 이유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네 번째, 스노피크 오젠 라이트 접이식 미니 테이블 

내가 가지고 있는 테이블 중 스노피크 테이블은 가장 마지막에 구매한 제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노피크 테이블을 선택한 이유는 만족도만큼은 단연코 1위이기 때문이다. 백패킹 테이블로 많은 분들이 베른 테이블을 사용하신다. 헬리녹스 테이블은 체어와 함께 사용할 때 궁합이 좋은 편이고 텐트 안 혹은 전실에서 가볍게 사용하기 좋은 테이블로는 베른만 한 테이블이 없다. 사이즈며 무게며 가격이며 깔끔한 케이스까지! 하지만 내가 베른을 선택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연결하는 방식이 테이블을 움직이지 않는다면 크게 상관은 없지만, 테이블 위에 물건을 올려 둔 채로 움직일 경우 연결이 빠지기 쉽다. 스노피크의 테이블은 바로 그 부분이 가장 강점이다. 오히려 끼울 때는 약간 힘들 수 있지만 한 번 결합하면 절대 빠지지 않는 구조. 힘을 줘서 상판과 다리를 분리해야지만 해체가 된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이렇게 콕 집어서 만족시켜주니 스노 테이블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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