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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윔 Sep 26. 2023

02.서핑

서울에서 양양으로

2014년 서핑이라는 것을 처음 시작 했다. 사회적으로도 잊을 수 없는 큰일이 있었고 비슷한 무렵 나 역시 아주 힘든 시기였다. 당시 나는 우울했고, 삶이 너무 고되었다.

매일 똑같은 악몽을 꾸었고 그 시간이 너무 괴로워 틈만 나면  운전대를 잡았다. 차 안은 참 생각하기 좋은 곳이다.


그 당시에는 서울 양양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이었고 나는 바다를 향하는 길 중에서도 44번 국도를 타고 미시령 터널을 넘어오는 구간을 좋아했다.


미시령 터널을 지나 저 멀리 반짝이는 바다가 보이면 그 모습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같은 장소인데 그렇게 매번 새롭게 보일 수가 있었을까 싶다.

어떤 날은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영동고속도를 통해 바다를 보고  미시령터널을 넘어 다시 서울로 가기도 했다. 그렇게 서울에서 강원도를 다녀오는 긴 시간 운전을 하면서 나는  생각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다.


그쯔음 촬영한 양양 어느 바다 2014.6.29

날씨가 아직 쌀쌀하던 늦 봄 바닷가 바로 앞 국도의 어느 휴게소에 들렀다. 무슨 이유였는지 그날은 잘 들르지 않는 양양의 국도 휴게소를 들렀다. 사실은 거기가 양양인지도 몰랐다. 목적지는 강릉이거나 속초였다. 그게 어느 바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그냥 주차장이 넓은 강릉 바다 하면 떠올리는 그 바다, 속초바다 하면 떠올리는 그 바다로 늘상 차를 몰았다. 그런데 그날 멈춰 선 곳은 기사문 해변, 38 휴게소였다.


내 기억에 그날은 하늘이 아주 파랗고 바람이 차갑게 불었다.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고 그 바다에는 새카만 사람들이 있었다.

대략 이런 느낌이랄까. 어디인지도 기억 나지 않는 바다 2014.07.05


해녀인가?라고 잠시 생각할 무렵 그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커다란 판 위에서 허우적 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허우적 대더니 벌떡 일어나서 0.1초처럼 보이는 짧은 순간을 판 위에 섰다가 넘어진다. 우당탕탕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바다로 나아간다. 반복, 또 반복...


그런데 그 단순해 보이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낮에는 출근을 하고 밤에는 사이드프로젝트를 하며 한 개의 프로젝트도 버거운 SI 시장에서 나는 상주 비상주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고 있었다. 잠들 수 없었고 매일 일정에 시달렸다.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에 미친 사람처럼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교육도 엄청나게 받으러 다녔다. 10년의 경력은 어디 명함도 못 내미는 시장에서 살아 남아야 했다.



나는 피폐해져 갔다.


매일매일 울려대는 휴대폰에 노이로제가 걸려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놓고도 혹시 전화가 왔을 까봐 1분에 한 번씩 휴대폰을 확인하던  나는 저들의 세상과의 단절이 부러웠다.


한동안 연락하지 않던  스노보드를 타며  만났던 시즌방  친구가 생각났다.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 서핑하는 여자 사진이 있었다.

"나도 서핑해봐야겠다!"

그 해 늦은 봄, 그렇게 나는 서핑이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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