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양양으로
2014년 서핑이라는 것을 처음 시작 했다. 사회적으로도 잊을 수 없는 큰일이 있었고 비슷한 무렵 나 역시 아주 힘든 시기였다. 당시 나는 우울했고, 삶이 너무 고되었다.
매일 똑같은 악몽을 꾸었고 그 시간이 너무 괴로워 틈만 나면 운전대를 잡았다. 차 안은 참 생각하기 좋은 곳이다.
그 당시에는 서울 양양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이었고 나는 바다를 향하는 길 중에서도 44번 국도를 타고 미시령 터널을 넘어오는 구간을 좋아했다.
미시령 터널을 지나 저 멀리 반짝이는 바다가 보이면 그 모습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같은 장소인데 그렇게 매번 새롭게 보일 수가 있었을까 싶다.
어떤 날은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영동고속도를 통해 바다를 보고 미시령터널을 넘어 다시 서울로 가기도 했다. 그렇게 서울에서 강원도를 다녀오는 긴 시간 운전을 하면서 나는 생각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다.
날씨가 아직 쌀쌀하던 늦 봄 바닷가 바로 앞 국도의 어느 휴게소에 들렀다. 무슨 이유였는지 그날은 잘 들르지 않는 양양의 국도 휴게소를 들렀다. 사실은 거기가 양양인지도 몰랐다. 목적지는 강릉이거나 속초였다. 그게 어느 바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그냥 주차장이 넓은 강릉 바다 하면 떠올리는 그 바다, 속초바다 하면 떠올리는 그 바다로 늘상 차를 몰았다. 그런데 그날 멈춰 선 곳은 기사문 해변, 38 휴게소였다.
내 기억에 그날은 하늘이 아주 파랗고 바람이 차갑게 불었다.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고 그 바다에는 새카만 사람들이 있었다.
해녀인가?라고 잠시 생각할 무렵 그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커다란 판 위에서 허우적 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허우적 대더니 벌떡 일어나서 0.1초처럼 보이는 짧은 순간을 판 위에 섰다가 넘어진다. 우당탕탕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바다로 나아간다. 반복, 또 반복...
그런데 그 단순해 보이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낮에는 출근을 하고 밤에는 사이드프로젝트를 하며 한 개의 프로젝트도 버거운 SI 시장에서 나는 상주 비상주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고 있었다. 잠들 수 없었고 매일 일정에 시달렸다.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에 미친 사람처럼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피폐해져 갔다.
매일매일 울려대는 휴대폰에 노이로제가 걸려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놓고도 혹시 전화가 왔을 까봐 1분에 한 번씩 휴대폰을 확인하던 나는 저들의 세상과의 단절이 부러웠다.
한동안 연락하지 않던 스노보드를 타며 만났던 시즌방 친구가 생각났다.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 서핑하는 여자 사진이 있었다.
"나도 서핑해봐야겠다!"
그 해 늦은 봄, 그렇게 나는 서핑이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