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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지역을 살아낸 기획자의 작은 실험들의 기록

by 김스윔

시작은 간단했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다시 잘 살아보기 위한 원동력을 얻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경험을 전해주고 싶었다. 무모한 도전이었을지 모를 시간 동안 나는 꽤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다. 어쩌면 투자했던 모든 것에 대한 실험이 한해에 이루어졌다.


나에게 지역을 기획한다는 것은 공간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시간, 기억을 엮어내는 일이었다. 단순히 행사를 열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넘어, 그 안에 살아 있는 목소리를 듣고, 때로는 보이지 않는 균열을 수습하는 일까지 포함했다.


하지만 지역, 로컬이라는 말이 트렌드처럼 소비되기 시작하면서,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더욱 복잡해졌다. 짧은 유행과 긴 현실 사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답이나 기술이 아니다.


‘무엇을,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끝내는 자기만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 힘이필요해졌다.


지역이란 결국 사람이고, 기획은 신뢰에서 비롯된다.


당장의 성과보다, 오래 남는 의미를 만드는 당신을 위해 앞서 걸어 본 어설픈 나같은 사람의 발걸음을 따라 조금 더 안전한 길로 걸어가기를 바라며 이 글을 썻다.


이 글은 1년간의 실험의 과정을 기록했고 내가 이 동네에서 얻은 위로를 전달하는 또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두고가는 방명록처럼 가볍게 소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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