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있는 공공 와이파이 존은 얼마나 될까?
1. 링크드인 그리고 페이스북
직장인들이라면 링크드인을 쓰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직장인의 한 사람으로 나 역시 링크드인을 즐겨 쓰고는 있지만, 최근 레딧에서 읽은 댓글 하나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LinkedIn is like Facebook 2.0"
도대체 페이스북이 어떻길래?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페이스북에 대한 부연 설명을 덧붙여보도록 하자.
페이스북은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하버드를 다니던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생과 그 근처 대학생들의 네트워킹 구축을 위해 만든 페이지였다. 그 당시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다른 SNS들, 예를 들면 마이스페이스라던가 우리나라에서는 싸이월드 같은 서비스들이 존재했고, 그 중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아 가장 성공한 SNS는 결국 페이스북이 되었다.
10~20대들이 자신의 친구들과 소식을 주고 받기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던 초기 페이스북은, 시간이 지나며 그때의 10대~20대들이 30~40대가 되었고, 그 당시 30~40대였던 사람들이 50~60대가 되어버렸다.
지금의 10~20대들이 인스타그램과(물론 인스타그램도 지금은 메타로 이름을 변경한 페이스북이 운영하지만 말이다) 틱톡으로 넘어가버렸고, 젊은층이 SNS를 소비하는 주목적은 바로 재미와 네트워킹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스타그램과 틱톡은 재미와 네트워킹을 추구하지, 자신의 정치성향이나 개인 브랜딩을 추구하는 공간은 아니다.
하지만 중장년층이 된 초기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이제 재미를 찾기에는 너무 늙어버렸다. 어렸을 적 재미와 네트워킹을 추구했던 페이스북이라는 공간은 어느순간 무형 혹은 유형을 광고하는 홍보의 장이 되어버렸다. 그 홍보의 장은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맞는 사람들과 서로 맞장구를 쳐주는 무형의 가치를 홍보하는 장소일 수도 있고, 실제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일 경우 자신의 상품을 홍보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링크드인은 초기 타겟 유저 자체가 직장인들이다보니, 회원 대부분이 직장인들로 구성되어 있고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이렇게 직장인들로 구성된 링크드인의 게시글 대부분은 자기 홍보에 여념이 없다. "내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 프로젝트의 매출이 얼마가 되었습니다."라거나 "대기업에 다니는 김부장 드라마를 보았는데, 여기서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와 같이 많은 글에서 '실제 인사이트'보다는 '자기 브랜딩'이 강조 되는 것이 인간의 눈에는 보인다. 게다가 대부분의 글이 AI로 작성된 것이 티나는 글들이다. AI글에 익숙해져버린 독자 입장에서는 이럴 경우 자기 홍보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 레딧의 한 유저가 링크드인을 "LinkedIn is like Facebook 2.0"으로 이야기 한것은 그와 비슷한 결이었을 것이다. 이전에는 재미를 위해 존재했던 공간이 지금은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공간으로 변질된 것처럼, 링크드인 역시 초기에는 구인구직, 동종업계 정보 팔로잉이 목적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부터 자기 자신을 광고하기 위한 홍보의 장이 되어버린 것을 비판한 댓글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글들은 대부분 AI로 작성한 것 투성이이기 때문에, 별로 읽고 싶지도 않은 글들이 대부분이고 말이다.
이렇게 SNS와 AI로 점철된 디지털 세계에서 보여주기 식 자기 PR과 AI가 쓴 글들에 지쳐, 자연을 즐기기 위해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향했다. 여의도 한강공원을 거닐던 중 여의도 한강 공원에도 공공와이파이 존이 촘촘하게 설치된 것을 보게 되었다. 디지털 디톡스를 하러 나와서도, 와이파이 존에 연결된 한국을 못 벗어나는 것을 경험하니, 한국이라는 나라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자연을 벗삼기 위해서 나온 여의도 한강 공원에서도 와이파이망으로 촘촘히 연결된 도시를 살고 있다는 생각에, 와이파이 강국이라는 뿌듯함이 들면서도 더 이상 디지털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것을 데이터로 한번 풀어보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2. 공공와이파이존 데이터 분석
여의도 부근을 기준으로 공공와이파이 존이 몇 개나 설치되어 있는지 그 밀집도를 나타내 아래 그래프를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Raw 데이터 확보를 위해서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공공와이파이 설치 데이터를 다운받은 후 도로명 주소, 상세 주소 그리고 와이파이명에 '여의'가 붙은 모든 데이터를 따로 필터처리하여 CSV 데이터로 변경하였다.
데이터 필터링 과정을 한번 거친 후 생기게 된 데이터는 약 200행 정도가 되었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파이썬을 활용하여 데이터 분석을 진행하였다.
파이썬에서 활용된 라이브러리는 맨 밑에 참고 자료에 작성해 놓았으니, 확인 가능하다.
데이터 분석을 진행할 때 AI가 우리의 분석 속도를 확 높여주는데, 그것은 바로 코딩 구간이다. 최근 구글, 아마존, MS 등도 회사 내에서 AI를 코딩에 활용하는 비율을 조금씩 높여가고 있다는 인터뷰를 본 기억이 있는데, 나 역시 AI 툴을 코딩에는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나의 컨텐츠 제작 시간을 절약하고 있다.
특히나 Visualizaion의 경우 여러가지 로직이 들어가야 하다보니, 직접 구현할 경우 그 로직을 구현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AI로 프롬프트만 잘 입력한다면 그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AI는 글쓰기 영역에서는 인간이 아직 식별 가능한 수준이지만, 데이터 작업에서는 인간의 식별 여부가 중요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그 효과가 크다. 만약 코딩 툴에 익숙하고,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개념이 있다면 AI를 통해 코딩하는 법을 익혀놓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GPT를 통해서 파이썬 코드를 작성한 후 여러가지 에러 등을 잡으면, 완성된 그래프가 나온다.
이제 본격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해보도록 하자.
여의나루 역에서 63빌딩으로 이어지는 사이에 공공와이파이 존이 꽤 많이 설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프 설명:
보라색(헥사곤 색): 밀집도 최소 1개
노란색(헥사곤 색): 밀집도 최대 6개
사진은 헥사곤 색이 어두울 수록 그 수가 적거나 없고, 밝은 색에 가까울 수록 그 수가 많은 것을 나타낸다.
그림에서 헥사곤의 밝은 색이 가까운 곳은 여의도 한강공원과 여의도 공원에 위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여의도 한강공원쪽이 아닌 그 반대편에 밀집해 있는 AP의 숫자는 여의도 공원이 위치한 곳이라고 인지할 수 있다. 그럼 조금 더 지도를 상세하게 보기 위해서 아래 그림을 살펴보도록 하자.
위 그림은 검은색 배경으로 지도를 칠하지 않고, 히트맵으로 표현한 그래프이다.
이 그림을 통해서도 여의도 공원과 여의도 한강공원에 공공와이파이 AP가 집중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Wifi AP는 여의도 한강 공원과 여의도 공원이라는 공공장소에 밀집해 있는 것일까?
여의도 도심에는 공공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추측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Wifi는 공공재라는 성격이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판단된다. 여의도 한강 공원과 여의도 공원의 경우 공공장소이기 때문에, 공공재 성격을 띄고 있는 Wifi가 공원 곳곳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이를 비교하기 위해 여의도 도심지쪽 지도를 보도록 해보자. 여의도 도심지쪽은 상업 시설이 빽빽히 들어차 있는 공간이다. 더현대 백화점, IFC몰 그리고 수많은 음식점들이 이미 들어차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설 상업시설에서 뿌려지는 사설 와이파이가 존재한다. 즉 한국에서는 Wifi가 일종의 공공재의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공원 곳곳에 Wifi가 존재할 것으로 생각된다.
3. 디지털 디톡스는 어디서?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서 조금 더 지도를 자세하게 살펴보기로 해보자.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그나마 와이파이 존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구간은 이랜드 크루즈가 있는 곳부터 여의도 한강공원 주차장이 있는 구간까지다.
그 구간을 제외하고 대부분 공공 와이파이 구간에 걸치기 때문에, 핸드폰을 들고 가는 한 디지털의 세계에서 멀리 떨어지기는 힘들 것 같아보인다.
오히려 여의나루역에서 내린다면 한강공원쪽이 아니라 여의도 도심지로 걸어가야, 공공 와이파이 존에 걸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여의도 도심지를 가게 되었다고 치면, 더 현대 백화점이나 IFC 몰에서 자본주의에 빠져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핸드폰을 집에 놓고 나오는 것이다.
레딧 댓글에도 그런 댓글들이 많이 달렸다.
"but turning your phone off is probably more reliable than trying to find a deadzone"
핸드폰을 그냥 놓고 나오면 되지 왜 이런 데이터 분석을 하느냐는 댓글부터, 디지털 디톡스를 원하면서 데이터와 AI에 중독된게 맞느냐는 말까지 여러 재미있는 댓글들이 달렸다.
사실 필자 같은 경우만 해도 결제도 핸드폰으로 하고, 버스 카드도 핸드폰으로 되고, 길을 찾으려면 핸드폰이 필요하기 때문에 디지털 디톡스는 삶에서 도저히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디톡스가 되는 상황이 언제 발생할까?
필자의 경우 한강 공원을 자전거로 달릴 때 그 미지의 영역인 디지털 디톡스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그것에 오롯이 집중해야 사고가 나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이 아닌 무언가에 집중하는 시
간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러너들이 많아짐에 따라 달리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자전거를 타면 힘들지 않게 한강공원을 대부분을 모두 지나치면서, 핸드폰과 잠깐 떨어져있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빠른 시간에 많은 거리를 달리면서 구경하고, 디지털과 멀어지고 싶다면 개인적으로는 자전거 타기를 추천한다.
그 외 어떤 것이든 사실 상관은 없다.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는 몰입과정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를 알아본다. 이처럼 디지털이 아닌 무언가에 "몰입"할 때만 우리는 디지털과 잠시라도 멀어져,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자연도 와이파이망이 모두 깔린 한국과 같은 곳에서는 특히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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