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

라스트봄찬스

by 윤지WORLD

오늘은 뭐시기뭐시기를 하느라 갈 길이 바쁜 날이다.

나는 이런 날일수록 내 집안 구석구석에 있는 그냥 내버려두면 되는 온갖 것들에 참견을 하는 병이 있고, 오늘도 역시 많은 것들에 대해 괜한 문제를 삼다가 2시간 30분만에 준비를 끝내고 외출에 나섰다.

해서 난 나의 외출을 탈출이라 부른다.

자기애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꼭 외출을 감행해야겠는 이유는

오늘이 최고기온 20도를 밑도는 마지막 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오늘이 수트성애자인 내가 수트자락을 휘날리며 활보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까닭이다.

나는 수트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큰 나머지 언젠가는 수트를 입고 취침을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를 지경이다. (원래가 과장이 심하다.)

근데 올해 새로 구입한 크림 수트가 내가 찾던 그 수트핏인 까닭에 입고 나간 올해의 봄날들엔 자기애가 아주 고조가 되었다.

그래서 라스트찬스를 놓치지 않으려 집안 세간들의 나에 대한 온갖 중상모략을 이겨내고 끝내 집탈출에 성공했다. 내가 이겼다.

이것이 자기애를 잃지 않으려는 럭키비키 자세.

크림수트의 각에 걸맞는 절도 있는 걸음으로 걷는 내 옆으로 크림색 비숑과 말티즈와 포메라니아가 차례로 지나갔다.

나는 그것들에게 평등한 미소를 보내며 지났는데 마지막 포메라니아와 눈이 마주치자 포메라니아가 거의 발작에 가까운 소리로 짖어댔다.

줄행랑을 치며 나는 그 뜻을 해석했다.

"꼴값 떨지마라."

크림색 포메라니아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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