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치료
찌는 듯한 더위만큼 터질 것 같은 나날이었다.
치료가 필요했고 '금'융치료를 하러 종로에 갔다.
종로3거리 골드카펫에 진입하자 찾아온 내면의 평화..
세속적 가치 한복판에 들어 가 속세와 차단되는 아이러니랄까?
이제는 가까운 지인같은 단골집 사장님이 단골맞춤형 선택지를 제시했고 최선의 초이스로 금반지 + 보증서 + 파우치 콤보를 손아귀에 넣으며 생각한다. 살아 숨 쉬고 있다고.
2호수 정도 늘리면 되겠는데
영업시간이 임박한 탓에 세공작업을 기다리기 애매했으나 굳이 끼고 가기 위해 세공기술자분과 동행하게 되었다.
뒤를 졸졸 따라 가는 동행자를 전혀 인지하지 않는 듯한 기술자분의 쿨한 마이웨이.
덕분에 사람없는 무인카페에 온 편안함으로 후미진 뒷골목을 지나 세공장으로 안전히 입성했다.
오지랖 있는 배려보다 존재의식 자체가 없음을 선호하는 나다.
알아서 작업대로 간 기술자분의 맞은 편 의자에 알아서 착석해 좌중을 살피며 생각했다. 여기다!
드라마작가지망생인 나는 이런 미개방된 날 것의 작업장에 대한 로망이 있다.
미니수첩을 소지하지 못한 것을 탄식하며 눈으로 복사하듯 현실의 노동을 담았다.
가장 압도한 것은 한 작업대 당 50개는 족히 걸려 있는 녹슨 벤치들이었다.
50년쯤 그 쓰임을 다하고 있는 듯한 벤치 포함 나무판 쇠막대 비커 등 세공에 필요한 온갖 도구들을 손에 붙인 듯이 다루는 기술자의 동작에 매료됐다.
이곳은 피렌체의 어느 금세공 작업실인가?
브루넬리스키가 두오모라는 랜드마크를 만들기 전엔 한 명의 금속 세공업자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툭툭과 지이잉과 치직치직-
의 시간을 지나 번쩍번쩍한 금반지가 제공됐다.
무심하게 내미는 금반지를 경이롭게 받으며 내가 근래 들어 이렇게 몰입지경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경탄한 만큼 공손한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가면서 생각했다.
종로구 피렌체동 한 예술가의 작업실은 르네상스다.
+집으로 귀가하는 M버스에서 차창너머로 주얼리노동자 노동법준수에 대한 농성현장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