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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민 HEYMIN Oct 27. 2024

7월17일은 무슨 날?

이모지&이모티콘편 1


표정을 대신하는 이모지와 이모티콘! 우리는 이 친구들을 왜 쓰는걸까? 나 뿐만 아니라 가까운 지인들은 업무용 슬랙과 깨똑에서 이모지랑 이모티콘 사용빈도가 굉장히 높다. 하트와 엄지 이모지가 쏟아지고, 귀여워서 깨물어버리고 싶은 이모티콘부터 살짝 모자란 병맛 이모티콘까지. 아주 각양각색의 임티들이 난무한다. 서로의 기념일이나 생일에는 이모티콘 선물을 주고받기도 하는데, 최근에 여동생이랑 신상 루피 이모티콘을 서로 사주다가 호기심이 생겼다.


'아니, 각자 사도 되는데 우리는 왜 서로 이모티콘을 주고 있는거? 얘는 왜 루피 이모티콘이 나올 때마다 모으고 있는걸까? 나는 왜 동생을 따라 모으기 시작했을까?'


아래는 동생과 당시 주고받은 톡. 평균나이 30이 진즉 넘은 자매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이모티콘은 우애를 다지기에 충분하다. 귀여운 루피 녀석.



일할 때도 비슷한 질문이 생겼다. 다들 왜 이렇게 이모지를 활발히 쓰는걸까. 어디서 그렇게 신박한 이모지를 가져와서 쓰는지. 동료들의 수집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슬랙 같은 메신저를 이용할 때 팀원들은 하트 눈이 달린 이모지나, 기도하는 손을 붙이기 일쑤였다. 그리고 확실히 그 이모지가 붙냐 안붙냐가 그 사람의 간절함을 더 간절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아니, 왜 다들 이렇게 기도하는 손을 붙이게 된거? 우리만 이러는걸까?'


2024 프레플리가 직장인 1,1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셀프로 찾아보기로 했다. 이 글은 그 셀프 답안을 작성하는 과정으로, 정보 반 생각 반의 귀여운 답안지가 될 예정이다. 당신과 당신 주변의 이모지&이모티콘 생활을 떠올리며 재미있게 읽어주길 바란다!




7월 17일이

무슨 날인 줄 알아?



다들 이 질문에 뭐라고 대답할까? 대부분 제헌절을 답하겠지만 정답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세계 이모지의 날'. 이 귀여운 기념일은 벌써 10년이나 된 글로벌한 기념일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7월 17일인걸까?


혹시 전세계 지구인들이 만든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아는가? 이 곳이랑 비슷하게 이모지의 모든 것을 수집해둔 '이모지피디아'라는 사이트가 있다. 제레미 버지라는 인물이 2014년에 오픈한 사이트인 당시 기념으로 '세계 이모지의 날'도 제정했다고 한다. 그럼 왜 하필 7월 17일이냐, 그건 애플이 만든 이모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아이폰이나 맥북에 있는 달력 이모지를 보면 7월 17일이 찍혀있다. 그 날은 애플에서 달력앱을 처음 출시한 날인데, 제레미 버지가 그걸 보고 이모지의 날로 정한 것이다. 생각보다 조금 시시한 이유 같기도? 여튼, 결과만 놓고 보면 애플에서 달력앱을 처음 출시한 7월 17일이 '세계 이모지의 날'이 된 셈이다.


7월17일은 세계 이모지의 날




어떤 이모지를

제일 많이 쓰세요?



이모지는 감정을 표현하는 그림문자다. 이것도 일종의 이모티콘이라 생각하면 쉬운데 스마트폰이 한참 보편화되던 2010년대에 붐을 타고 진화했다. 지난 2021년, 시간이 조금 지난 조사이긴 하지만 이모지 사용과 관련된 흥미로운 조사가 있었다. 디자인툴을 만드는 세계적인 기업 '어도비'에서 이모지의 날을 맞아 여러 나라 대상으로 흥미로운 설문을 진행했는데, 결과를 다룬 기사가 시선을 끌었다.


‘한국인 93%, 이모지 쓰면 상대방에 더 공감’


우리나라 사람들은 톡에 이모지가 있을 때 공감능력이 더 높아진다는 결과였다. 이모지를 쓰면 당연히 리액션이 풍부해지니까 나도 그런 이유에서 쓰는 게 맞다. 그래도 이렇게 높은 비율로 선호한다니. 100에 가까운 93이란 값은 굉장히 놀라운 숫자 아닌가.


‘글로벌 이모지 트렌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인들의 이모지 사용이 눈에 띠는데, 단어 대신 이모지를 쓰느냐 묻는 질문에 한국인은 전 세계 평균인 68%보다 높은 76%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이모지 순위도 흥미로웠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1위 이모지는 '하트', 2위는 '화난 얼굴', 3위는 '하트와 함께 웃는 얼굴', 4위는 '엄지척', 5위에는 '찡그린 얼굴'이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이모지랑 한국의 순위는 차이를 보였는데, 전세계 순위에서는 '하트'가 2위, '엄지척'이 3위를 차지했다. 대망의 1위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 이모지였는데 이건 굉장히 생소했다. 나는 쓰지 않는 이모지라 정서의 차이가 큰가 싶었다.


어도비 '글로벌 이모지 트렌드 보고서'
어도비 '글로벌 이모지 트렌드 보고서'


대화 중 상대의 의견에 적절한 리액션을 전하는  예의라고 생각하는 한국. 이모티콘은 각자의 예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탁월한 순기능을 맡고 있다. 내 톡생활만 봐도 그렇다. 누가 놀랄만한 소식을 전했을 때 ‘진짜?’라고 텍스트만 보내는 시시한 답장보다는, 눈을 똥그랗게 뜬 이모지과 함께 ‘진짜?’라고 보내는 걸 더 선호한다. 그래야 상대에게 훨씬 큰 공감을 전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공감해주는게 미덕이라고 어려서부터 은근한 주입식 교육을 받은 탓일까? 어쨌든 설문만 봐도 93%의 표본이 이모지 사용에 긍정적이라고 했으니 한국에서 쭈욱 살거라면 이 대세를 따르는게 유리한 듯 보인다. 이만큼 한국 사람들은 이모지에 호의적일 뿐 아니라, 사용하는 것만으로 자기효능감도 좋은 영향을 받는다.





이모지의 사회적 가치


지난 2019년에는 이모지에 표현의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고, 그 물살에 따라 '로봇 팔, 시각 장애인 안내견' 등 신체장애를 표현한 이모티콘과 다양한 피부색, 여러 형태의 가족 이모티콘 등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세 가지 모두 인류의 '다양성 인정'이라는 사회상을 반영한 결과였다. 당시 '임신한 남성' 이모티콘까지 등장했는데, 이걸 두고 온라인 상에서 글로벌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출처 : Unicode


그보다 더 이전이었던 2017년에는 영국의 한 인권단체 'Plan International UK'가 '생리를 나타내는 이모지' 제작을 위해 캠페인까지 열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당시 영국에서도 '생리'라는 단어가 쉽게 말할 수 없는 금기어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 여성 인권 단체의 캠페인은 성공했고 그 다음 달 3월에 생리를 표현할 수 있는 '빨간색 핏방울' 이모지가 추가되기도 했다. 그 다음 해인 2020년에는 트렌스젠더 심볼과 깃발 이모지가 추가되었다.


출처 : Unicode


이런 사람들의 니즈와 사회의 움직임에 따라 이모지를 계속 디자인해야하는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은 있지만, 그래도 현 사회가 이슈로 다루는 것들이 '이모지'라는 시각장치로 디자인되고, 전 세계인들의 모바일 기기에 노출된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라 생각된다. 휴대폰에서 톡을 쓰든, SNS 게시물을 작성하든, 텍스트를 치는 순간마다 그런 이모지를 발견하고 눈여겨볼 수 있다는 건 사회에 대한 관심의 출발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면에서 굉장히 가치있는 일이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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