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드는 나날들이 한참 지나고

일본 드라마 심야 식당을 본 소회

by 장서율


나의 외로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잠들지 못하면 못하는 대로 열심히 살며


나의 몸과 마음은 참 건강하다 되뇌며



내 심장의 조각들이 떨어져 나간 것 같은 외로움


언제부터인가 기억나는 순간순간들에 늘


나와 함께 있었던 그 아이



이십 대에 잘못 생각했던 건 그거였나


사랑을 한다고 해서 내 안의 외로움이 채워지는 건 아니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이 뒤의 글은 썼다 지우고 다시 씁니다 ************************


한참 뒷북 일지 모르겠지만, 일본 드라마 '심야 식당'을 지난 주말에 몰아 보았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형식이면서도 각 회에서 마스타 (Master; 식당의 주인을 이렇게 부름. 주인을 좀 더 존경해 부르는 방식인 듯싶어 듣기 좋다)의 음식에 힐링이나 깨달음을 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유기적인 구조 속에 있다. 음식마다 이야기가 있고, 사람이 있고, 사랑이나 미움, 슬픔, 기쁨이 있다. 때로는 등장인물 모두가 모여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기도 한다. 서로 모르던 이들이 모여 심야 식당 (밤 12시부터 오전 7시 사이에만 영업하는)이라는 공간 속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함에 다름 아니다. 근데 그 안이 따스하다.


한 개인이 살아가면서 대체 몇 명의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지? 개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들은 그중 과연 몇 명이나 될지? 몇 살이 되어야 가까운 타인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할 수 있는지? 에 대한 생각들이 들었던 드라마였다. 주인공 안에는 과거의 영광 속에 갇힌 사람도, 그 속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도,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려는 사람도, 가족과 연을 끊으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사연이 있는 사람이었든 간에 그들이 선택한 최종 선택지는 바로 '수긍, 또는 인정, 또는 쉬운 말로 받아들임'이었다.


나의 상황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면, 그게 그렇게 큰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내가 두려워했던 실체가 큰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두렵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보면, 너른 인생 살아내는 데 그렇게 큰 방점을 안 남기는 사건일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한국 뉴스를 보면 노할 노자인 기사들이 나온다. 최근엔 정인이 뉴스가 그거였다. 낳아서 버린 친모도, 잔인하게 학대한 양모도 있는데 아기가 피지도 못하고 아기인 채로 죽어버렸다. 살아있는 나날 동안의 반절을 아주 끔찍한 고통 속에서. 그런 아이도 있는데 이만큼 살아낸 나는 그래도 인생의 좋은 걸 많이 보고 겪지 않았나. 외로운 건 모두가 마찬가지다. 인간은 함께 있어도 외롭고, 결혼해도 외롭다.


아이는 아이일 때가 일생 한 번뿐이라서, 자신이 자라 낼 때까지, 혹은 사회 구성원과 소통할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이 당하는 일이 학대인지, 아닌지,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잘 모를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고 온몸으로 고통을 받아내었을 아이들. 그에 비하면 나는 혼자 설 수 있는 힘이 생겼고 내 마음이 가로막지 않는 한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이제는 스스로 내 안의 아이를 위로할 수도 있고, 보듬을 수도 있고, 내가 원한다면 주변을 살필 수도 있다. 견뎌온 세월은 힘든 일들이 많았을지 모르나, 돌이켜 보면 분명 좋았던 순간들도 많지 않았나. 인생은 그렇게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다. 마치 술을 마시려고 운동하는 나처럼.


지금 순간들도 지나가면, 좋은 순간들 또 오겠지 하고 바라면서. 오늘의 대화를 이끌어준 고마운 나의 일본인 고객이자 친구인 그녀에게 감사한다. 심야식당 이야기에서부터 서로의 가족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대화는 끝도 없이 이어졌고, 함께 영화를 좋아하기에 '어느 가족'이나 '기생충' '테넷' 같은 영화들도 봤었다. 서로의 고민들을 이야기하다가 이른 결론은 '다행이야. 우리의 고민은 그저 백사장 모래알일 뿐' 이란 것. 그렇게 웃으며 헤어졌다. 우리의 2021년에는 서로의 고국에 한 번은 돌아갈 수 있게 되길 바라면서. 아래 대사를 날리며 헤어졌다.


'안녕히 주무세요 (おやすみなさい)' - 드라마 '심야 식당'의 각 에피소드 클로징 멘트다.


1.jpeg 외국살면 아시아인으로 대동단결하는 한국인과 일본인. 하루는 일식당, 하루는 한식당 가서 서로의 음식을 먹는다. 일본 유학시절 좋아했던 음식들. 심야식당에도 나왔던 가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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