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 기저귀 -
친척 어른 들 중 유일하게 내 찻집 공간의 의미를 진심으로 이해해 주셨던 이모부님은
깔끔한 성품으로 남에게 부담 주는 것을 싫어하셨다.
번화가 시내 요양병원 7층이 마지막 몸이 머물르셨던 공간이었다.
노련한 간병인이 오늘 저녁은 못 넘기실 것 같다고 하셔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켜드렸다. 잠시 복도 의자에 앉았다가 큰 소리가 나길래 들어갔더니 화가 난 이모부께서
"커튼 좀 쳐 줘라!"라고 말씀하셨다.
놀라 옆을 보니 할머니 기저귀를 갈아 채우는 간병인의 무심한 손동작이 보였다.
망가진 늙은 몸은 품위, 존엄지키는 것은 사치이고 남 녀 구분도 안 하는 슬프고 충격적인 장면을 보았다.
"낑낑.. 깨갱"
아침부터 하풍이의 비명소리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하풍이는 우리 집 풍산개 이름이다.
-사람 아닌 동물이라고 컹..컹...내 집 안방 한가운데.. 배설을.. 하.... 쪽팔려요!!! 풀어주세요.
저도 배설만큼은 은밀하고 사적인 공간에서 하고 싶단 말입니다. -.
-안 속아, 이 놈아! 은밀하고 사적인 곳이 저 앞집 ㅇㅇ선생님 꽃밭이냐.
니 동네방네 싸지르는 배설 때문에 동네 사람들에게 원성을 얼마나 들었는지 아느냐.-
하풍이 에게는 미안했지만
몸도 힘도 쎄진 하풍이는 더 이상 남편이나 내가 산책시키기에는 힘이 부쳤다.
결국 가끔 하풍이의 반항 섞인 아우성은 배설의 은밀함을 잃게 한 우리가 견뎌야 할 고통이라 생각했다
인간이나 동물이 하는 배설, 목욕... 같은 행위는 공개적인 공적인 공간이 아닌 -나처럼 내향형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은밀한 사적인 공간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
생명체의 최소한의 존엄이 아닐까.
한 번씩 입 퇴원을 할 때마다 불편한 화장실 출입에 변비와 스트레스를 받는 내가 영끌을 해서라도 무리해서 혼화장실이 있는 병실을 사용하려고 하는 이유이다
우리가 마지막 몸의 거주지로 요양원을 부정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 은밀한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아 마지막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는 것이지 않을까
그러나 그러려면 환자가 자립으로 배설하는 능력이 필수이다.
남동생의 전화는
준비하면 엄마가 자존심 상할까 봐 준비를 안 해 놓은 성인용 기저귀를 사야 한다고.
비몽사몽 화장실에 들락거리다가 힘 빠진 다리가 휘둘거려
도착하기 전에 설사를 바닥에 쏟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이상한 소리를 하신다는 것.
우리에게도 그날이 왔던 것이다.
- 성인용 기저귀가 필요한 날-
집으로 와 요양원 엄마의 마지막 공간을 선택해야 하는 때가 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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