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조각 모음하다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아요 #15

내 인생을 조각 모음하다


완전히 망했다. 어제 녹화했던 영상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사건의 발단은 어제 중랑구청 평생학습관에서 진행했던 에세이 쓰기 수업에서 비롯됐다. 녹화 기능을 제공하는 Zoom으로 화상수업을 진행했지만, 보안상 녹화가 불가능했다. 나는 차선책으로 액션캠 고프로를 준비해 갔고 강의 시작 전 적당한 자리에 그것을 배치했다. 어떻게 촬영되는지 사전에 면밀하게 체크했지만 2시간에 걸친 강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영상을 확인했을 때 문제가 있어도 한참 있었음을 깨닫고 만 것이었다. 문제는 영상이 타임랩스로 촬영됐다는 사실이다. 타임랩스가 무엇인가. 영상이 초고속으로 촬영됐다는 이야기. 유난히 말발이 살아서 별다른 말실수도 없이 강의를 무척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한 순간이 무색해지고 말았다.


현타란 것은 이런 순간에 온다. 이런 순간을 어떻게 대비한다는 말인가. 영상을 확인하면서 이걸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어쩌면 영상을 아주 느리게 재생하면 해결될지도 모르잖아” 이런 생각이 어리석은 것으로 판명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흠, 이걸 어쩐단 말인가. 왜 신은 나에게 이런 가혹한 시련을 남기는 걸까.” 약 10초가량 말없이 화면을 바라보다, 그래 잊자, 잊어야 한다. 그 어떠한 노력을 투자한다 해도 2시간은 되돌이킬 수 없다. 실수한 과거는 언제든지 떠올릴 수 있지만, 그것을 만회할 방법은 없을 것이다.


모든 게 내 잘못이다. 아무리 면밀하게 체크했다지만, 실수는 갑자기 냉랭하게 변한 오늘 날씨처럼 변덕스럽게 찾아오지 않나. 나에게 더 완벽하고 튼튼한 계획이 필요하다. 철저한 준비와 전략, 시간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지 성찰하면 된다. 기회는 언제든 찾아올 테니까. 물론 이렇게 말했지만, 가슴이 쓰렸다.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두렵기까지 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그건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라는데, 내 실력이 거기까지일까 봐 다음에 벌어질 실수가 두렵다. 하지만 난 그저 평범한 인간이 아닌가. 어제 소비해버린 24시간 중에서 22시간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2시간은 비록 의미를 잃었지만, 2시간보다 훨씬 많은 약 80% 이상의 시간은 살리지 않았는가. 세상을 어떤 태도로 바라봐야 할지에 따라 삶은 지금보다 개선될 것이라 믿어야 한다. 세상도 나도 계속 진보하고 있으니까. 적어도 퇴보는 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1.png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윈도우즈에서는 종종 ‘디스크 조각 모음’이라는 유틸리티를 실행했다. 요즘은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보관하기 때문에 거의 쓰지 않는 기능이지만... 디스크 조각 모음이 담당하는 일은 흩어진 디스크의 저장 공간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다. IT 용어로 파편화된, 즉 흩어진 '빈 공간'을 한 곳에 모아 놓아야 파일을 저장할 때 여러 공간에 나눠서 저장하는 비효율적인 작업을 거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것 때문에 습관적으로 조각 모음을 실행했다.


그렇다면 이리저리 흩어진 빈 공간을 하나하나 찾아내려는 이유는 뭘까. 빈 공간을 시간에 대입해보자. 1킬로 바이트가 1분, 1메가는 10분이라고 가정하면 어떻게 될까. 1분, 10분 이런 조각 같은 시간, 뭔가 본격적으로 일에 집중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나도 모르게 그런 시간을 흘려버린다.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들, 실수로 사라져 버린 시간들, 쓸데없는 것으로 몰아버린 시간들, 과거로 사라져 버린 시간들의 무덤을 생각해보자.


그런데, 의미 없을 거라고 무시해버린, 이리저리 흩어져 버린 조각 같은 시간들을 모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분이 10분이 되고 10분이 100분이 된다면, 그러니까 보잘것없는 시간들을 연속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다면, 늘 부족하다고 여겼던 그 시간이라는 것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시간이 없다고 늘 불평불만만 가득했던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은 걷히고 내 삶은 더 풍성한 것들로 채워지게 되지 않을까.


만약 단절된 10분이라는 시간을 4번 연속적으로 사용한다면, 그 40분이라는 시간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약 50페이지 이상의 독서, 한 편의 글쓰기, 여러 개의 아이디어 착상하기, 또 다른 온라인 강의 기획까지 온갖 일들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여러분에게 자기계발성 메시지를 억지로 전달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과거를 돌아봤을 때, 실패한 거라고 단정 지었던 시간들을 어떻게 의미 있는 것들로 채울 수 있을지 그 시간들을 활용할 방안을 고민했을 뿐이다. 그리고 분절된 시간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글을 썼을 뿐이다.


2.png


2시간의 영상을 날려버리고, 나는 2시간이라는 아주 큰 덩어리를 떠올렸다. 그만큼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나는 얼마나 열정을 다했는가. 하지만 2시간이 날아간다고 해서 내가 투입했던 열정에 대한 보상이 사라지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주어진 24시간 중에서 파편화된 시간의 조각들을 다시 모으면 될 일이니까. 그리고 조각 모음 된 시간들에 어떤 일들을 투입할 것인지 집중하면 된다. 지나간 시간은 이미 흘러갔을 뿐,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그것에 집중하면 될 것이다. 10분 이상의 시간을 고민한 끝에, 나는 어제의 강의를 한 번 더 진행하기로 했다. 머릿속엔 여전히 강의 순간에 집중했던 나의 모든 열의와 열린 감각들과 사람들의 경청이 남아있으니까. 나는 그것들을 다시 미래로 소환시켜 강의 때 모두 살려내 버리면 그만일 테니까.





내 글에서 빛이 나요

- SNS 뽐내기 모임












신청 → https://bit.ly/32Sd16q


하루 한 문장

- 따라 쓰기 & 필사

- 필사와 질문에 답하기











신청 https://bit.ly/3hPaD


- 글쓰기와 독서에 관한 정보 교류 & 소통하기

- 글 공유 책에서 읽은 문장 공유

- 커뮤니티에 독서 모임, 글쓰기 모임 소식 공지

- 특강 소식 공지

- 글쓰기 및 독서 모임 할인 코드 제공



참가 → https://open.kakao.com/o/g0KsCKkc



- 매일 쓰는 것이 목적

- 자주 쓰는 습관 기르기

- 홍보에 제한 없음

- 누구나 자신의 글 바닥 홍보 가능

- 내가 얼마나 글을 잘 쓰는지 실컷 자랑질 하기



참가 → https://open.kakao.com/o/g6pnVqoc


공대생의 심야서재 커뮤니티 카페

https://cafe.naver.com/wordmastre


공심재 유튜브 채널 : "구독과 좋아요"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aygLYWtjRJoLZbFXP8GhPQ?view_as=subscriber


keyword
이전 14화나는 시스템의 에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