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에서 첫 아이를 낳았다.
이틀을 넘게 허리를 틀고 힘들게 낳았다.
그런데 아기는 정말 그 고통을 잊게 할 정도로
작고... 고물고물... 정말 이뻤다.
그러나...
아기는 너무 작고 약했다... 아팠다...
어쩔 수 없이 입원을 시키고
모든 것이 내 탓 같았다.
아기는 매일 온몸이 까매질정도로 울었고
나는 물 한 모금 넘기기도 힘들었다...
친정엄마는 일하러 가셔야 하셨고
남편은 서울에 있었다.
공사현장에 일하러 가셨던 친정아버지께서 오셨다.
현장 밥집 아주머니께 얻었다 하시며
주머니에서 호일에 싼 것을 내놓으시는데
아직 덜 식은 자반고등어와 깻잎 반찬...
"먹어라... 어미가 건강해야지... "
그렇게 아버지는 딸이 밥 한수저 뜨는 것을 보시고는 다시 현장으로 가신다며
" 아빠 간다... "
하시며 뒤돌아 나가시는데...
아버지의 구두가...
현장에 계시다 오셔서 유난히 지저분했는데
구두 뒷굽이 다 닳아서 거의 없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한 달 후... 퇴원을 하고 아기와 나는 서울로 올라왔다.
시간은 흘러 7개월 뒤 우리 식구들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작스레 아버지를 보내 드려야 했고
어느덧 그 첫 손주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첫 손주가 본인을 닮았다고 기뻐하시며 우유 먹이시고 행여나 부서질까
조심스럽게 안아서 트림시키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아버지의 구두 뒷굽을 보고도
' 왜 한 켤레 사드리지 못했지?'
라는 생각이 드는데
아이가 아프고 정신이 없어서 잊어버린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아버지의 구두 뒷굽에
대한 기억이 또렷해지는 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