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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희 Mar 16. 2016

아버지의 구두

친정집에서 첫 아이를 낳았다.

이틀을 넘게 허리를 틀고 힘들게 낳았다.

그런데  아기는 정말 그 고통을 잊게 할 정도로 

작고... 고물고물... 정말 이뻤다.









그러나...

아기는 너무 작고 약했다... 아팠다...

어쩔 수 없이 입원을 시키고 

모든 것이 내 탓 같았다.

아기는 매일  온몸이 까매질정도로 울었고 

나는 물 한 모금 넘기기도 힘들었다...




친정엄마는 일하러 가셔야 하셨고

남편은 서울에 있었다.



공사현장에 일하러 가셨던 친정아버지께서 오셨다.


현장 밥집 아주머니께 얻었다 하시며 

주머니에서 호일에 싼 것을 내놓으시는데 

아직 덜 식은  자반고등어와 깻잎 반찬...


"먹어라... 어미가 건강해야지... " 








그렇게 아버지는 딸이 밥 한수저 뜨는 것을 보시고는 다시  현장으로 가신다며 

" 아빠 간다... " 

하시며 뒤돌아 나가시는데...







아버지의 구두가...


현장에 계시다 오셔서 유난히 지저분했는데 

구두 뒷굽이 다 닳아서 거의 없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한 달 후... 퇴원을 하고 아기와 나는 서울로 올라왔다. 





시간은 흘러 7개월 뒤 우리 식구들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작스레 아버지를  보내 드려야 했고


어느덧 그 첫 손주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첫 손주가 본인을 닮았다고  기뻐하시며 우유 먹이시고 행여나 부서질까 

조심스럽게 안아서 트림시키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아버지의 구두 뒷굽을 보고도

 ' 왜 한 켤레 사드리지 못했지?'

라는 생각이 드는데  

아이가 아프고  정신이 없어서 잊어버린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아버지의 구두 뒷굽에 

대한 기억이 또렷해지는 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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