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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의 흉터 1부「균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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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omeNa
이 작품은 고고학적, 역사적 사실과 기록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 기업, 사건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와는 무관합니다.


"그녀가 바다 거품에서 일어서자, 그녀의 아름다움에 하늘이 갈라지고 대지가 흔들렸다."

— 『호메로스 찬가』 제6번 「아프로디테 찬가」, 기원전 7세기


1.


월요일 아침은 커피 냄새로 시작된다. 북촌 한옥을 개조한 아르테 인사이트 사무실, 2층 연구실 복도에 에스프레소 머신의 낮은 웅웅 거림이 깔렸다. 현진은 계단을 올라오며 그 냄새를 맡았다. 쓰고 깊은 향이 목조 건물의 오래된 나무 냄새와 섞였다. 새벽 여섯 시 반.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았다.


복도 끝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갔다. 구두 소리가 마루를 두드렸다. 딱, 딱. 오래된 나무가 미세하게 삐걱거렸다. 책상 위 듀얼 모니터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밤새 돌려놓은 패턴 분석 프로그램. 루브르 박물관에서 보낸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 데이터.


마우스를 움직였다. 결과 창이 열렸다. 그래프가 화면에 떴다. 붓질 패턴의 변이, 안료 층위의 불일치. 수치가 말하고 있었다. 96.7% 확률 위작.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타닥, 타닥. 보고서 작성. 손가락이 움직이는 동안 생각도 함께 흘렀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느린 걸음. 이수진이었다.


- 일찍 왔네요.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그녀가 창가 책상에 베이지색 린넨 천 가방을 내려놓았다.


- 마감이 오늘이라서요.

- 네덜란드 정물화?

- 네.


이수진이 에스프레소 머신 쪽으로 걸어갔다. 커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쉭---하는 증기 소리. 액체가 컵에 떨어지는 소리. 세라믹이 세라믹을 스치는 작은 소리.


- 결과 나왔어요?


현진이 화면을 돌려 보였다. 그녀가 잠시 들여다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 소장가가 실망하겠네요.


보고서를 마무리했다. 엔터 키를 눌렀다. 파일 저장. 강윤서 대표에게 메일 전송. 클릭. 전송 완료. 시간을 확인하니 일곱 시가 조금 지났다.


창밖을 봤다. 해가 북악산 너머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하늘이 회색에서 연보라로, 연보라에서 주황으로 변했다.


사무실 유선전화의 전화벨이 울렸다.


따르릉, 따르릉.


이른 시간의 전화는 보통 긴급한 일이었다. 이수진이 컵을 내려놓고 수화기를 들었다.


- 네, 아르테 인사이트입니다.


그녀의 표정이 천천히 변했다. 눈썹이 올라가고,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 네, 알겠습니다.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그녀가 현진을 봤다.


- 제로화재예요. 긴급 건이래요.


현진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제로화재. 국내 3대 손해보험사. 예술품 보험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연락하는 곳이다.


이수진이 내선 버튼을 눌렀다.


삐-.


- 대표님, 제로화재에서 긴급 콜 왔습니다.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들렸다. 빠르고 정확한 리듬. 강윤서 대표였다. 문이 열렸다. 회색 정장에 머리를 단정하게 올린 모습. 코트를 벗으며 물었다.


- 내용이 뭔가요?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날카로웠다.

이수진이 메모를 읽었다.


- 강남 아프로디테 클리닉. 원장 사망 사건 현장에서 보험 가입 예술품 훼손 발견. 비너스 두상. 보험가 40억.


40억.


그 숫자가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강윤서가 팔짱을 꼈다. 손목에 시계가 반짝였다. 은색 시계. 초침이 똑, 똑 움직였다.


- 보험사 요청 사항은?

- 훼손 원인 규명이 최우선이래요. 사고인지 고의인지에 따라 보험금 처리가 완전히 달라진다고요. 그리고 복원 가능성 평가, 현재 가치 산정.

- 사망 사건이면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을 텐데.

- 보험사에서 경찰과 조율했대요. 예술품 부분은 우리가 독립적으로 조사 가능하다고. 경찰 현장 조사는 어제 일요일에 1차로 끝났고, 오늘 오전까지만 추가 접근이 가능하대요.

- 제한 시간이 있다는 거네요.


강윤서가 시계를 봤다.


- 얼마나?

- 오후 1시까지요. 그 후에는 유족 측 변호사가 재산 정리에 들어간다고.


강윤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정확하게.


- 사망 원인은?

- 경찰 발표는 아직이지만, 보험사 쪽에서 들은 바로는 사고사 가능성이 높대요.

- 명확하네요.


강윤서가 말했다.


- 우리 임무는 조각의 훼손 평가. 박재원 소장 오면 바로 브리핑하고 출동하죠. 이수진 팀장, 현장 조사 준비. 현진 씨는 디지털 분석 장비 챙겨요.

- 알겠습니다.


이수진이 이미 창가 캐비닛으로 가고 있었다. 문을 열자 장비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카메라, 렌즈, 현미경, 샘플 채취 도구. 그녀의 손이 각 도구를 확인하며 움직였다.


현진은 책상 서랍을 열었다. 노트북 충전기, 외장 하드, USB 케이블. 3D 스캐너는 별도 케이스에. 손으로 하나씩 만지며 개수를 확인했다.


복도에서 빠른 발소리가 들렸다. 박재원이었다. 여덟 시 정각. 문이 벌컥 열렸다. 그가 들어서며 가방을 의자 위에 던지듯 놓았다. 둔탁한 소리.


- 무슨 일이죠?


코트를 벗으며 물었다. 움직임이 빨랐다. 단추를 풀고, 코트를 벗고, 옷걸이에 거는 동작이 3초 안에 끝났다.


강윤서가 간단히 설명했다. 박재원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가 펜을 집어 손가락 사이로 돌리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생각할 때 나오는 습관이었다.


- 비너스 두상이요? 헬레니즘 시대쯤 되겠네요.


펜이 멈췄다.


- 박물관급인데요. 진품이라면.

- 그래서 보험가가 40억이에요.


강윤서가 팔짱을 풀었다.


- 하지만 지금은 훼손되었고, 우리가 할 일은 세 가지죠.


그녀가 손가락을 하나씩 펴며 세었다.


- 첫째, 훼손이 사고인가 고의인가. 둘째, 복원 가능한가. 셋째, 현재 가치는 얼마인가.


박재원이 펜을 다시 돌렸다.


- 보험사 입장에서는 첫 번째가 제일 중요하겠네요.

- 맞아요. 사고라면 보험금 전액 지급. 고의적 훼손이라면 조건부 또는 거부. 그게 40억이 왔다 갔다 하는 차이예요.

- 팀 구성은?

- 이수진 팀장이 보존과학 관점에서 물리적 손상 평가. 소장님은 역사적 가치와 진위 확인. 현진 씨는 훼손 패턴 디지털 분석.


강윤서가 코트를 집어 들었다.


- 제가 보험사, 경찰과 조율하면서 법적 권한 확보할게요.

- 출발합시다.


박재원이 가방을 집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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