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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고고학적, 역사적 사실과 기록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 기업, 사건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와는 무관합니다.
강윤서가 팔짱을 꼈다.
- K씨는요?
로시가 K씨 프로필을 열었다. 프로필 사진은 여전히 본인 얼굴이었다. 비너스가 아니라.
- 바꾸지 않았어요.
- 그래서 그룹에 없는 건가요?
이수진이 물었다.
- 동화되지 않은...
박재원이 펜을 돌렸다.
- Y씨도 확인해 봐요.
로시가 Y씨 프로필을 검색했다. @vOOO_y. 역시 본인 얼굴 사진이었다.
- Y씨도 안 바꿨네요.
- 두 명 다 그룹에서 빠졌고, 두 명 다 프로필을 안 바꿨어요.
박재원이 화이트보드에 적었다.
그룹 미가입 (2명):
K씨 - 프로필 본인 얼굴
Y씨 - 프로필 본인 얼굴
그룹 가입 (28명):
15명 - 프로필 비너스 조각
13명 - 프로필 본인 얼굴
- 저항하는 사람들이네요.
강윤서가 말했다.
- K씨랑 Y씨.
점심시간이 되었다. 열두 시 반. 강윤서가 다시 근처 카페에 전화를 걸어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배달이 왔다. 각자 책상에서 먹었다.
먹으면서도 작업은 계속됐다. 로시는 노트북을 보며 샌드위치를 한 입씩 베어 물었다. 박재원은 논문을 읽으며 커피를 마셨다. 이수진은 창밖을 보며 천천히 씹었다.
오후 한 시, 강윤서가 질문 리스트를 다시 꺼냈다. 어제 적어둔 것. 화이트 보드판에 몇 개를 추가했다.
추가 질문:
"키테라의 딸들" 그룹을 아십니까?
왜 가입하지 않았습니까?
다른 환자들과 교류가 있었습니까?
원장과의 관계는 어땠습니까?
토요일 밤 클리닉에 들른 적 있습니까?
-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요.
강윤서가 팀원들을 봤다.
- 좋아요.
박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 두 시, 강윤서가 옷을 갈아입었다. 검은색 정장 대신 회색 니트와 검은색 바지. 좀 더 부드러운 인상을 주기 위해서였다. 스카프를 풀고 머리를 내렸다. 화장을 고쳤다.
- 너무 격식 차리면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요.
강윤서가 거울을 보며 말했다.
- 좋아요.
이수진이 말했다.
- 편안해 보여요.
오후 네 시, 강윤서가 출발 준비를 했다. 작은 크로스백. 스마트폰, 지갑, 립스틱.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머리카락으로 가렸다. 보이지 않았다.
- 테스트 한 번 더 할게요.
현진이 노트북에서 녹음 앱을 실행했다. 강윤서가 복도로 나갔다. 문을 닫았다.
[들려요?]
강윤서의 목소리가 노트북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선명했다.
- 네. 잘 들려요.
현진이 대답했다. 강윤서가 다시 들어왔다.
- 좋아요. 그럼 출발할게요.
시계를 봤다. 네 시 반.
- 한남동까지 사십 분 정도 걸릴 거예요.
- 조심히 다녀오세요.
이수진이 말했다.
강윤서가 코트를 입고 가방을 들었다. 문을 열었다. 돌아서며 말했다.
- 듣고 있다가 필요한 부분 있으면 메모해 두세요.
- 네.
문이 닫혔다.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 딱, 딱, 딱. 점점 멀어졌다.
연구실이 조용해졌다.
현진은 노트북 앞에 앉았다. 녹음 앱 화면을 켰다. 음파 그래프가 실시간으로 움직였다. 강윤서의 발소리, 숨소리, 주변 소음.
박재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갔다. 커피를 내렸다. 쉭---하는 증기 소리. 컵에 커피가 떨어지는 소리.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이수진은 창가에 섰다. 북촌 골목을 내려다봤다. 안개가 조금 걷혔다. 관광객들이 지나갔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로시는 의자를 뒤로 젖힌 채 천장을 봤다. 손가락으로 무릎을 두드렸다. 톡, 톡, 톡.
기다렸다.
노트북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렸다. 차 시동 거는 소리. 엔진음. 도로 소음. 강윤서가 운전 중이었다.
오후 다섯 시 십 분, 차가 멈췄다. 엔진이 꺼졌다. 차 문 여는 소리. 닫는 소리. 강윤서가 내렸다.
걸음소리. 하이힐이 포장도로를 두드렸다. 딱, 딱, 딱. 일정한 리듬.
[도착했어요.]
강윤서의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주변 소음이 커졌다. 차 소리, 사람들 목소리, 음악 소리. 한남동 거리였다.
오후 다섯 시 사십 분, 문 여는 소리. 벨이 땡그랑 울렸다. 카페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어서 오세요.]
직원의 목소리.
[예약했어요. 강윤서.]
[아, 네. 안쪽 테이블이요. 이쪽으로.]
발소리. 의자 끄는 소리.
[뭐 드릴까요?]
[아메리카노요.]
[네.]
직원이 멀어졌다. 주변 소음만 들렸다. 다른 손님들의 대화, 커피 머신 소리, 잔잔한 재즈 음악.
오후 여섯 시. 약속 시간.
벨 소리. 땡그랑.
[어서 오세요.]
직원의 목소리.
발소리. 천천히. 망설이는 듯한. 멈췄다.
[강윤서...님?]
여자 목소리였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네. K씨시죠? 와주셔서 감사해요. 앉으세요.]
강윤서의 목소리. 부드러웠다.
의자 끄는 소리. 앉는 소리.
침묵이 흘렀다. 십 초쯤.
[긴장하지 마세요. 저희는 경찰이 아니에요.]
강윤서가 먼저 말했다.
[보험 조사 회사예요. 클리닉에 있던 비너스 조각 때문에 온 거고요. 원장님 태블릿에서 환자 파일을 발견했어요. 30명. 그중에 K씨도 있었고요.]
[ ...네.]
K씨의 목소리가 작았다.
[뭐 드실래요? 제가 살게요.]
[아...괜찮아요.]
[편하게 마셔요.]
강윤서가 직원을 불렀다.
[저기요. 카페라테 한 잔 더요.]
[네.]
직원이 멀어졌다. 잠시 침묵.
[조각 보셨어요? 비너스 두상.]
강윤서가 물었다.
[네...봤어요.]
[예쁘죠?]
[네.]
[보험사 의뢰로 조사하고 있어요. 조각이 훼손되어서요. 균열이 생겼더라고요.]
[...]
대답이 없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건 단순해요. 어떻게 그 균열이 생겼는지. 그게 보험금 처리에 영향을 주거든요.]
[제가... 왜...]
K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인스타그램에 "뭔가 이상해요. 거울을 보는데... 금이 간 것 같아요"라고 쓰셨죠. 토요일 아침에.]
[...]
[그게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서요.]
강윤서의 목소리가 차분했다.
카페라테 나오는 소리. 잔이 테이블에 놓이는 소리.
[감사합니다.]
K 씨가 작게 말했다.
직원이 멀어졌다. 다시 둘만 남았다.
[천천히 이야기해 줘요.]
강윤서가 말했다.
[우리는 원장님이나 K씨를 문제 삼으려는 게 아니에요. 그냥 사실을 알고 싶은 거예요. 조각이 왜 그렇게 됐는지.]
긴 침묵.
그리고 작은 소리. 흐느끼는 소리.
[죄송해요...]
K씨가 울기 시작했다.
연구실에서 네 사람이 숨을 죽였다.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울음소리. 떨리는 숨소리.
강윤서가 기다렸다. 재촉하지 않았다. 조용히 기다렸다.
몇 분쯤 지났다. K씨의 울음이 잦아들었다. 휴지 뽑는 소리. 코 푸는 소리.
[괜찮아요. 천천히.]
강윤서가 부드럽게 말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