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이 작품은 고고학적, 역사적 사실과 기록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 기업, 사건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와는 무관합니다.
수요일 아침은 안개가 자욱했다. 현진이 연구실에 도착했을 때는 일곱 시였다. 계단을 올라가며 나무 마루의 삐걱거림을 들었다. 복도 끝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누군가 먼저 와 있었다.
문을 열자 로시가 보였다. 노트북 앞에 앉아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댄 채였다. 어제 입었던 회색 후드. 머리가 헝클어져 있었다.
- 일찍 왔네요.
현진이 가방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 아, 네.
로시가 고개를 돌렸다.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 밤새 있었어요?
- 집에 갔다가 새벽에 왔어요. 네 시쯤?
로시가 의자를 뒤로 젖혔다. 척추가 우드득 소리를 냈다.
- 뭔가 찾았어요.
현진이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부팅음이 조용한 연구실에 울렸다.
- 뭔데요?
- 30명이 그룹을 만들었어요. 페이스북에.
로시가 화면을 돌렸다. 페이스북 그룹 페이지가 떠 있었다. 비공개 그룹이었다. 자물쇠 아이콘이 그룹명 옆에 있었다.
그룹명: 키테라의 딸들 (Daughters of Kythera)
- 키테라...
현진이 중얼거렸다.
- Kythereia요. 아프로디테가 처음 상륙한 섬.
로시가 스크롤을 내렸다. 그룹 소개가 나타났다.
우리는 바다 거품에서 태어난 자매입니다.
완전함을 향한 여정을 함께 걷습니다.
거울 속에서 서로를 발견하고, 하나가 됩니다.
아름다움은 축복이며, 우리는 선택받았습니다.
가입 조건: 정미선 원장님의 축복을 받은 자매만 환영합니다.
현진이 화면을 다시 읽었다. 한 번 더. 단어들이 이상했다. 자매. 완전함. 축복. 선택받았습니다.
- 종교 같아요.
로시가 말했다.
- 네.
- 멤버 수는 28명이에요. 30명 중에 2명이 빠졌어요.
로시가 다른 탭을 열었다. 엑셀 시트. 30명 환자 리스트와 그룹 멤버를 대조한 표였다.
- K씨랑 Y씨가 없어요.
로시가 두 줄을 가리켰다.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이수진이 들어왔다. 베이지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복도에서 들어와 그녀의 뒤를 비췄다.
- 안녕하세요.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가방을 내려놓고 코트를 벗으며 창밖을 봤다.
- 안개가 짙네요.
- 이수진 팀장님, 이거 보세요.
로시가 손짓했다.
이수진이 다가왔다. 로시가 페이스북 그룹을 보여줬다. 그녀가 화면을 읽는 동안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 이게...
그녀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 30명이 만든 그룹이에요. 비공개로.
- 종교 단체 같아요.
이수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일곱 시 반, 박재원이 도착했다.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 가방을 책상에 던지듯 놓았다. 코트를 벗으며 물었다.
- 무슨 일이에요? 다들 왜 이렇게 일찍...
- 로시가 뭔가 찾았어요.
이수진이 말했다.
박재원이 다가왔다. 로시가 다시 화면을 보여줬다. 박재원이 그룹 소개를 읽었다. 펜을 꺼내 돌리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 키테라의 딸들...
중얼거렸다.
- 원장이 만든 건가요?
- 아니요. 환자들이 만들었어요.
로시가 관리자 정보를 보여줬다.
- 첫 번째 환자가 관리자예요. @kOOO_y. 작년 3월에 수술받은.
- 그룹은 언제 만들어졌어요?
박재원이 물었다.
- 작년 4월이요. 수술 한 달 후.
- 빠르네요.
박재원이 펜을 멈췄다.
- 한 달 만에 종교 단체처럼...
여덟 시, 강윤서가 도착했다. 검은색 정장에 회색 스카프. 문을 열며 모두를 둘러봤다.
- 일찍들 왔네요.
- 대표님, 이거 보세요.
로시가 노트북을 들어 보였다.
강윤서가 코트를 벗으며 다가왔다. 화면을 봤다. 그룹 소개를 읽었다. 표정이 굳어졌다.
- 이건...
팔짱을 꼈다.
- 컬트 같은데요.
박재원이 말했다.
- 종교적 집단의 특징이 보여요. 선택받았다는 의식, 완전함을 추구하는 이상, 폐쇄적 커뮤니티.
- 원장이 중심이었을까요?
이수진이 물었다.
- 아니면 환자들이 스스로...
- 둘 다일 수도 있어요.
강윤서가 말했다.
- 원장이 시작했고, 환자들이 발전시킨.
로시가 그룹 게시물 목록을 스크롤했다. 수백 개의 게시물이 있었다. 하지만 내용은 볼 수 없었다. 비공개 그룹이라 멤버만 볼 수 있었다.
- 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로시가 중얼거렸다.
- K씨한테 물어볼 수 있어요. 오늘 저녁에.
- 그게 낫겠네요.
강윤서가 시계를 봤다.
- 오늘 할 일 정리하죠. 오후 여섯 시에 K씨 만나니까, 그 전까지 준비해야 해요.
화이트보드로 걸어가 마커를 집었다. 뚜껑을 돌려 열었다.
수요일 일정:
오전: 페이스북 그룹 조사 (로시)
오전: 녹음 장비 세팅 (현진)
오후: 질문 최종 검토
18:00: K씨 면담 (한남동 카페 아무르)
- 로시는 그룹 정보 더 파세요. 멤버 명단, 가입 날짜, 관리자 권한.
- 네.
- 현진 씨는 녹음 장비 준비. 실시간 전송 테스트까지.
- 알겠습니다.
현진이 가방에서 무선 이어폰을 꺼냈다. 블루투스 연결형. 스마트폰과 페어링했다. 녹음 앱을 열었다. 실시간 스트리밍 기능이 있는 앱이었다.
테스트를 시작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녹음 버튼을 눌렀다.
- 테스트 중입니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스마트폰 마이크가 소리를 잡았다. 노트북에서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0.3초 지연. 괜찮았다.
- 잘 들려요.
박재원이 말했다.
- 음질도 좋네요.
강윤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 카페는 시끄러울 텐데, 노이즈 캔슬링 되나요?
- 네. 이 앱이 AI로 목소리만 골라내요.
- 좋아요.
강윤서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 제 폰이랑도 연결해봐요.
현진이 설정을 조정했다. 두 대의 기기에 동시 전송되도록. 강윤서의 폰과 연구실 노트북. 테스트했다. 둘 다 잘 들렸다.
오전 아홉 시, 각자 작업에 들어갔다.
로시는 페이스북 그룹을 깊이 파고들었다. 멤버 프로필을 하나씩 확인했다. 가입 날짜를 기록했다. 패턴을 찾았다. 수술 후 평균 2주 이내에 그룹에 가입했다. 빨랐다.
관리자는 세 명이었다. 첫 번째 환자, 열 번째 환자, 스무 번째 환자. 10명마다 한 명씩 관리자가 추가되었다. 계획적이었다.
박재원은 컬트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종교 사회학 논문, 신흥 종교 사례, 미의식과 종교성의 관계. 프린트했다. 형광펜으로 주요 문장을 표시했다.
이수진은 어제 분석한 대리석 샘플 데이터를 정리했다. 보고서 형식으로. 균열 깊이, 산화 정도, 시간 차이. 그래프를 첨부했다.
현진은 모든 디지털 증거를 USB에 백업했다. CCTV 영상, 복원 이미지, 3D 스캔 데이터, 환자 정보. 두 개의 USB. 하나는 연구실 금고에, 하나는 강윤서에게.
열한 시쯤, 로시가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 이거 보세요.
모두가 모였다.
로시가 한 멤버의 프로필을 열었다. @pOOO_s. 프로필 사진이 비너스 조각이었다. 본인 얼굴이 아니라.
- 프로필 사진을 바꿨어요.
로시가 다른 멤버들도 확인했다. 스크롤을 빠르게 내렸다. 28명 중 15명이 같았다. 프로필 사진이 비너스 조각이었다.
- 언제부터요?
박재원이 물었다.
- 최근 두 달이요. 12월부터.
로시가 타임라인을 보여줬다.
- 처음엔 본인 얼굴 사진이었는데, 하나둘씩 조각 사진으로 바꿨어요.
- 정체성이 바뀌고 있어요.
이수진이 조용히 말했다.
- 자기 얼굴에서 비너스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