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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May 09. 2024

50일.

온동네 나무들이 모두 잘려나가고 있어요.
얼마나 아팠을까요.


우리 집 창 밖으로 보이는, 내가 사랑한다고 전에 말했던 나무 있죠.
머리가 복잡해지거나, 마음이 답답할때 그냥 아무데나 그 나무가 보이는 곳에 주저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들, 들려오는 나뭇잎 소리들을 듣고있으면
온 마음이 평온해진다던 그 나무요.
어제 오늘, 그 나무들이 모두 잘리고 있어요.
몽땅요.


푸르던 잎들도, 그 잎들을 단단히 받쳐주던 든든한 가지들도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채 모두 바닥으로 주저앉았어요.
현관문을 열자마자 보이던, 내 하루를 같이 시작해주던 그 나무도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더라구요.
마음이 아팠어요. 마치 내가 잘려나간 것 처럼요.


그런데요, 그게 나무를 위해 좋은 일이래요.
마냥 하늘 끝까지 자라기만 하는게 좋은게 아니라요,
정말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선 그렇게 가지치기를 해야
더 건강히, 푸르게 자랄 수 있는 거래요.

하지만 잘려나갈때 나무는 얼마나 아팠을까요,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모든 것들이 그런 것 같아요.
당신과 내가 지금처럼 떨어져있지 않고 내내 온종일 붙어만 있었다고 해서
무한히 사랑이 더 커지는게 아닐거잖아요.
우리가 떨어져야 했던 그 순간에는, 가슴이 찢어지는듯 아팠잖아요.
이러다 영영 헤어져야하는 건 아닐까, 다시 못보게되면 어쩌나.

그런데 우린, 떨어져 지낸 이후로 더 견고해졌어요. 더 사랑하구요.

잘라진 가지들에선 앞으로 더 푸른 잎들이 솟아날거에요.
가지들은 더 단단해질거구요.


그러니 우리도 더 사랑해요. 

잘라진 가지에서 푸른 잎들이 피어나듯,
떨어져있는 우리에게서도 더 예쁜 사랑이 피어나길,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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