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한 참 지난 후 다시 읽어 보기
숙성(熟成)의 사전적 의미는 음식을 자연상태에서 그대로 두어 스스로 분자구조를 작게 분해하는 과정이다.
이 숙성되는 과정을 발효라고 한다. 이 과정이 지나치면 음식은 부패하게 된다. 글도 그렇다. 적당히 발효하여 숙성시키면 글맛이 깊어진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묵히면 글을 어떻게 손볼지 그 느낌을 다시 살릴 수가 없어진다.
일단 완성된 글은 시간에게 맡겨 두고 숙성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읽어 보면 처음 글을 쓸 때와는 완전히 다른 맛을 느끼게 된다.
손 볼 곳도 보이고, 때로는 내가 이런 생각을 했어? 이렇게 멋진 글을 썼어? 등 다시 읽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 된다. 내가 나의 독자가 되는 순간이다.
혹, 어릴 때 쓴 읽기를 다시 읽어 본 기억이 있다면 지금 말하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당시의 고민과 걱정들, 여러 생각들을 나름 어른이 되어 볼 수 있다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유치한 고민, 걱정, 앞뒤가 안 맞는 문장 등 손 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닐 것이다. 우리의 글도 마찬가지이다.
쓰는 순간에 알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통찰과 시각을 가진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내가 아니듯이 그때의 그 글은 지금의 그 글이 아니다.
숙성된 글은 내 머릿속에서 발효된 것이다. 이것을 정리만 하면 완전성은 더해진다.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불쑥 커버린 나를 발견하고 필력에 감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글에도 숙성이 필요한 것이다.
글은 반드시 숙성의 과정이 필요하다.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나는 기쁨, 그사이에는 수많은 관찰과 독서, 글쓰기, 통찰, 사고 등이 있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선물이다.
단순히 시간만 지난다고 숙성되지는 안 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일단 쓰고 읽고 관찰하고 사색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를 통해서 나와 내가 친구가 되고 글을 통해서 다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친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선물을 받았다. 가만히 있어도 머릿속에서 숙성시켜 주는 능력을 하나님으로부터 모두가 공짜로 받았다.
이를 잘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
글쓰기? 뭐 별거 있는가? 글쓰기는 언제 어디서나 내가 나와 놀 수 있는 친구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