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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12. 2020

나리의 남친을 소개합니다

강아지 들이 서로 친구가 되려면..


나리의 개 남친 백스터


요까맣고 귀여운 아이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우리 동네 강아지 들 중에 킹카 이자 우리 집 멍뭉이 나리의 단짝 친구 백스터 다.

남자 강아지인 세 살의 백스터는 순수혈통의 져먼 셰퍼드 다. 영리하고 민첩하며 무엇보다도 나리와 코드가 아주 잘 맞는다.

이 녀석은 나리와 어떻게 놀아 줘야 하는지를 너무나 잘 안다.

오우 그렇다고 오해들은 마시라 백스터는 나리의 남자 친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람으로 치면 그냥 남자 사람 친구인 남사친 음.. 그러니까 강아지는 남개친? 정도 되겠다.


평소 백스터네 아저씨 올리버와 우리는 출퇴근 시간이 각기 달라 산책하며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주말 이면 서로 비슷한 시간에 산책을 나오기 때문에 이렇게 딱 만나게 되는 확률이 높다.  

멀리서 큰 키의 뾰족한 귀를 가진 백스터가 늠름하게 걸어오는 것이 보일 때면 신이 난 나리의 꼬리는 헬리콥터의 플로펠라처럼 가열차게 돌아간다. 저러다 하늘을 날지 싶게 말이다.

드디어 신바람 나게 놀 수 있겠다는 기대에 나리의 두 눈은 쉼 없이 반짝인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동네에 강아지들은 많으나 풍요 속에 빈곤 이라고나 할까? 나리와 함께 놀 친구 만나기가 진짜 진짜 어렵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독일 강아지들이 서로 친구가 되려면...


독일은 한국처럼 강아지 들끼리 만나 뛰어노는 공간인 애견카페나 운동장 은 따로 없다.

그럼 어디서 강아지 들끼리 만나는가 하면, 독일에서는 모든 강아지가 실외 배변을 하고 있어 강아지와 매일 산책을 세 번, 네 번 은 해야 한다. 때문에 동네 산책하면서 또는 훈데 비제라는 강아지가 리드 줄 없이 뛰어다녀도 되는 허락된 공원 들에서 만나게 된다.

그런데.. 강아지 들끼리도 서로 만나 인사하는 것뿐만 이 아니라 친구가 되어 어울려 놀려면 소위 코드가 맞아야 한다.

그 여러 가지 코드 들을 살펴보자면 우선

 1. 나이, 또는 연령 ,


강아지들도 나이에 따라 세대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 집에서 두 집 건너 살고 있는 11살짜리 검은색 래브라도어 믹스 견인 두기는 아침 이면 일찍 일어나 현관문 앞에 있는 신문을 입으로 물어다 할아버지 방에 가져다 드리고 할아버지와 산책을 나간다.

두기가 동네 산책을 하며 다른 집 앞 들을 지나갈 때면 집집마다 그 안에 있는 다른 강아지들이 집안에서 짖어 댄다. 마치 두기를 반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러면 두기는 그 앞에 잠시 머물러 있다가 다음 집 앞을 지나고 그렇게 차례로 가정 방문을 하듯 집 앞들을 쭉 스쳐지나가며 산책을 한다.

물론 낯선 강아지가 자기네 집 앞을 지나갈 때면 그 집 강아지는 그것을 알고 경계하듯이 날카롭게 왕왕 짖어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건 마치 두기가 문 앞에 서있는 것을 알고 인사를 나누는 것처럼 낮고 천천히 컹컹하며 짖어댄다.


가끔 아침 산책길에서 만나지는 두기와 할아버지의 그런 모습이 신기해서 어느 날 내가 물었다. 두기와 다른 강아지들이 서로 알고 있는 것이냐고 그랬더니 할아버지 가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그럼요 이렇게 아침마다 늘 같은 시간에 두기 가 지나 가면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기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거에요, 아침 의식 같은 거예요 허허허"

무슨 강아지 가 주인공인 영화 에나 등장할 내용이지만 어쨌거나 온 동네방네 일에 관심이 많은 으르신 두기와 한참 뛰어놀고 싶어 안달이 난 나리는 만나도 함께 놀 수가 없다.


보통 강아지의 한 살을 사람의 7년과 비교한다. 그렇다면 2살 반인 우리 나리는 사람으로 치면 낭랑 18세이고 11살인 두기는 여든이 가까운 77세 으르신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나리가 두기를 보며 헤이 요~! 하며 반가워서 촐싹거려도 두기는 저리 비켜 애송이라고 하는 듯 옆으로 비켜 버릴 때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강아지끼리 나이가 비슷해도 놀 수 없는 경우가 또 있다,

2. 성별 이 같을 때.


매번 그렇지는 않지만 강아지 들끼리 성별이 같을 때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여자 강아지 들끼리 는 서로 경계하다 관심 없어하거나 팽할 때가 많고 남자 강아지들끼리는 이유 없이 한판 뜰? 기세로 으르렁 거릴 때가 많다.

그래서 종종 산책하다 맞은편에서 우리 나리를 여자 강아지 냐고 묻고 그렇다면 괜찮다고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그쪽 강아지가 5세가 넘어간 경우는 강아지들끼리 서로 인사만 하고 지나갈 때가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아,이야기하다 보니 우리 동네 강아지 중에 깡녀? 탈리아 가 떠오른다. 그녀는 우리 집에서 골목 두 개를 지나는 곳에 살고 있는 4살의 셰퍼드와 시베리안 허스키의 믹스 견이다. 흙빛과 회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털에 푸른 눈빛이 몹시도 매력적이나 성격이 보통 지랄이 아니다.

우리 나리를 만나면 겟돈 떼어먹고 도망간 사람 만난 아줌마처럼 어찌나 난리를 치며 짖어 대고 달려들려고 하는지 그 집 견주가 말려대느라 진땀을 뺀 적이 여러 번이었다.

그래서 산책하다 멀리서 보이면 우리는 서로 마주치지 않기 위해 오던 길 바꾸어 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나이가 비슷 하고 놀려는 모습도 닮았고 성별이 달라도 체급? 이 다르면 또 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너무 차이 나는 3. 체급 또는 체격..


우리 바로 옆집에 한 살 반짜리 푸들이 산다.

하얀색 털의 생김새 도 앙증맞은 그 아이는 짖는 것 마저 인형 같은 남자 아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러움이 뚝뚝 흐른다 그러나.. 우리 나리만 보면 오두방정을 떨어 대며 짖는다. 우리 나리는 단 한 번도 그 아이를 향해 짖지 않았고 위협적으로 쳐다본 적도 없건만 지보다 몇 배나 큰 덩치가 일단 무서운지 하도 바들바들 떨어 대며 짖어 대는 통에 나이만 간신히 물어보고, 이름도 물어볼 세가 없어 이름도 아직 모른다. 그래서 우리끼리는 한주먹이라고 부른다. 조막만 하게 생긴 대다가 혹시라도 놀다가 나리가 발로 슬쩍 밀면 나가떨어지게 생겼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한주먹은 우리 집 바로 왼쪽으로 다세대 주택 맨 꼭대기층에 사는데 우리가 산책을 나가서 그 길로 나리가 지나가기만 해도 보이지도 않는 베란다에서 숨 넘어 가게 짖어 대기가 일쑤다.

그러니 그 집 견주들이나 우리나 서로 마주치지 않고 지나다니는 게 상책이다.


4. 서로 다른 성격 또는 사회성 차이


아랫동네에 사는 리모는 독일의 유기 동물 보호소인 티어하임에서 데려온 아이다.

루마니아에서 길거리를 배회하다 구출된 리모는 몇 살인지 무슨 견종의 믹스견인지 아무도 모른다 했다. 거기다가 무슨 사연인지 그 아이는 다른 강아지 들을 보아도 멀리서 눈만 꿈뻑일 뿐 절대로 다가오지도 않고 다른 강아지가 혹여라도 다가오면 아주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서서 얼음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나 다른 강아지와 어울리는 것을 무척이나 힘들어하는 것을 그 견주는 아마도 리모가 루마니아의 거리에서 살 때 학대를 받았거나 다른 강아지들에게 공격을 받았을 것 같다고 추측했다.

해서 산책할 때 만나게 되면 강아지 들끼리는 멀찍이 사이를 두고 사람들끼리만 인사를 나누고 지나간다.

그렇게 티어하임 에서 온 아이들 중에 사회성에 문제가 생겨 다른 강아지 들과 인사조차 나눌 수 없는 아이들을 종종 만나고는 한다.  

그럴 때는 말 못 하는 강아지 들이지만 희로애락의 감정이 확실히 있고 사람들 못지않게 다른 강아지 들과의 교류가 중요한 아이들인데 어떤 사연으로 저리 되었을지 너무나 안쓰러워진다.

5. 그리고 체력


그리고 또 강아지 들끼리 친구가 되어 놀려면 체격 이아니라 체력 도 엇비슷해야 한다. 저 윗동네 사는 네 살짜리 오스카는 흰색과 검정색이 섞인 프랜치 불독 이다. 덩치도 우리 나리보다 작고 다리도 짧고 호흡이 가빠 함께 뛰어놀다 보면 나리 보다 체력 소모가 빠르다. 그래서 마음은 더 놀고 싶은데 금세 땅에 드러눕는다.그럼에도 오스카네 견주는 우리 집 나리를 만나면 되게 반가워한다. 왜냐하면 오스카는 체력에 비해 놀고 싶어 하는 열정이 많은 아이다.안탑깝게도 우리 동네 에는 워낙 10세 이상의 으르신 강아지들이 많아 맘껏 놀 친구를 만나기가 어렵다.해서 우리 나리를 만나는 날이면 잠깐 놀아도 에너지를 몽땅 쏟아낼 만큼 신나게 논다고 견주가 더 좋아라 한다.한만디로 오늘 일 당 다했다며 보람찬 하루를 외치는 것이다.  

그 반대로 나리의 몇 안 되는 동네 친구 중에 하나 인 리즐은 두 살의 크림색 래브라도 리트리버 여자 아이 다.

리즐과 놀고 난 날이면 우리 나리가 땅바닥에 드러눕는다. 래브라도 리트리버 는 먹기도 잘 먹지만 체력이 국가대표급이다.


어쨌거나 오늘 백스터와 만나 신나게 논 나리는 계 탄 날이다.

두 녀석 예쁜 사진 한컷 찍어 보겠다고 백스터네 아저씨 올리버는 고군분투했다.

한놈 앉혀 놓으면 다른 한놈이 일어 나고 ...둘다 앉혀 놓으면 어느새 딴데 보고 있고...

간신히 한장 건진 사진 속의 백스터와 나란히 앉은 사진속 나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듯 하다 

" 여러분도 뷰티블 위크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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