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후 1년, 우리 부부는 다시 시작합니다.

I will never let you go again.

by 집사가 되고싶다


몰든이라는 태명을 가진 첫 아이가 우리에게 찾아와주었음에 충분히 기뻐할 시간도 갖지 못한 채 첫 번째 유산을 경험했습니다. 7년 만에 임신이라는 감격과 낯설음, 새로운 감정의 복잡함이 유산이라는 충격으로 끝이 나자 우리 부부에게 남은 건 힘든 시간의 연속 뿐이었죠.


하지만 우리는 잘 이겨냈습니다. 임신, 유산을 주제로 한 대화를 피하지 않았고, 밤 하늘의 별을 보며 몰든이를 생각했고, 우리가 아이를 갖기에 얼마나 부족하고 무지한 어린 부부였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었죠.



수개월의 시간이 지나 우리는 다시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지만 현실은 젊은 부부의 기대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생명을 만나기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았던 부부였는지..


불안함이 점점 커지자 아내와 저는 난임클리닉을 다녀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또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죠.


정액검사부터 각종 검사와 진료가 필수인 난임클리닉에 심리적인 부담을 갖는 남편들도 있겠지만, 사실 아내와 함께 매주 산부인과를 찾아가 상담과 진료를 받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감사한 시간이었죠.


다만, 산부인과를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오는 순간까지 수많은 임산부와 아기들이 시야에 들어온다는 게 저를 힘들게 했어요. 마치 나도 아내 배 속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우리 아기의 소식을 듣기 위해 이곳에 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됐거든요. 마치 내가 곧 사랑스런 아이를 만나게 될 예비 아빠인 냥. 그런 착각.


그러다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 순간의 허탈감과 부러움이 몰려오곤 했습니다.


물론 아내가 느꼈을 기대와 허탈감, 그리고 반복되는 실망감은 제 감정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크고 진했을 꺼라 생각해요. 남자들은 그저 '아내 배 안에 나의 씨앗이 자라고 있구나..'를 아주 간접적으로 느낄 수 밖에 없지만, 아내는 본인의 배 안에서 새로운 생명을 키우다가 떠나보내야 했으니까요. 그 모든 순간을 직접 체감하고 버텨왔으니..저 같은 남편들이 과연 그 감정의 1/10이라도 공감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유난히 추웠던 겨울과 잔인했던 여름을 보내고,

2018년 11월 어느날, 아내가 세상에서 가장 밝은 얼굴로 저를 불렀습니다.


첫 아이 몰든이가 하늘의 별이 된 지 1년 뒤,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이 찾아 온 것이죠.



그날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수개월에 걸쳐 아침 저녁으로 테스트기를 확인하고 실망하고 눈물 흘리던 아내의 모습과 그 날의 밝은 표정이 오버랩 됐거든요. 우리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왔는가..그 시간동안 아내가 느꼈을 혼자만의 아픔과 실망이 얼마나 컸을까..


너무 기쁘고 행복했지만, 유산이라는 공포를 경험했던 우리 부부는 그 감정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었어요.


참..

세상에 얼마나 간절하게 바라고 기다렸던 새 생명인데, 또 다시 우리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기고 떠날 지도 모른 다는 걱정에 마음껏 기뻐할 수 없다니..


기쁨과 기대만으로 온 마음이 가득찼으면 좋았겠지만 '안정기'라는 시기에 들어서기 전 까지 우리는 침착해야 했습니다. 이 기쁜 소식을 가족, 주변 지인들에게 이야기 하지 못한 채 다시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의 감정을 방어했고 조절했고 다스려야 했죠.


그렇게 또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2019년 1월.

새로운 생명은 힘든 시기를 잘 버텨주었고, 그 누구보다 건강하고 활발한 태아의 모습으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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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부부는 하루하루 기대와 기다림 가득한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유난히 추웠던 2018년의 겨울은 지났고, 새로운 생명과 함께 따듯하고 행복한 2019년의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는 준비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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