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단순한 삶 11화

이 작은 한 조각

헝겊 화장솜을 씁니다

by 정안

친환경 제품을 파는 "지구인의 놀이터"라는 상점에 갔다가 헝겊 화장솜을 하나 샀다.


사용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었지만 내가 배출하는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 싶었다.


집에 사다 놓고 들여다 보기를 한 달, 드디어 일회용 화장솜이 다 떨어졌다.


화장을 시작한 이래 몇십 년 동안 하루에 한 개 이상의 일회용 화장솜을 사용했다. 내가 쓴 화장솜을 모아놓으면 그 양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문득,

나에게 그렇게 지구를 오염시킬 권리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삶은 나 이후로도 내 아이들과 그 아이들로 이어진다. 나는 사라져도 내 유전자를 받은 아이들은 계속 이 땅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서 남겨놓을 의무와 책임이 우리에게는 있는 것이다.


그래서 뭐라도 해야 한다.


큰 결심을 하고 사용한 게 싱겁기조차 할 정도로 헝겊 화장솜은 사용이 편리했다.


일회용 화장솜에 비해 솜의 일부분이 얼굴에 붙지 않았고, 화장이 묻은 손을 닦거나 눈썹이나 입술 부분의 비비크림을 닦을 때 피부에 닿는 헝겊의 느낌이 기분 좋았다.


헝겊 화장솜은 천 두 겹을 앞뒤로 박아 만들어서 양면 사용이 가능했다. 한 장으로 두 번을 사용할 수 있어 한 장으로 이틀을 쓴다.


헝겊이라 세탁이 될까 하는 의문은 쉽게 풀렸다.


놀랍게도 진하게 묻어있던 색조 화장품이 그냥 물에만 빨아도 쓱쓱 지워졌고, 세숫비누를 살짝만 묻혀 비벼면 금방 원래대로 깨끗해졌다. 헝겊의 놀라운 기능이었다.


세면대에서 손을 닦을 때 조물조물 빨아서 화장품 위에 툭 걸쳐놓으면 오래지 않아 바싹 마른다.


바싹 마른 헝겊이 주는 기분 좋음이 있다.


아침에 마알간 얼굴로 바사삭 발라있는 화장솜을 집어 들 때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 작은 한 조각이 주는 기쁨,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세상을 좀 더 살기 좋게 하는 것도 그다지 대단한 결심이나 실천이 아니다.


내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 하나, 작은 한걸음, 작은 관심이금까지 우리 삶을 따뜻하게 했고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누군가 건네는 소소한 인사가 하루를 기분 좋게 하고,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잔이 고된 일상에 힘을 주고, 길을 걷다 문득 귓볼을 스치는 바람이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나는 오늘도 손안에 자그마하게 잡히는 헝겊 화장솜을 조물조물 빨아 툭 걸쳐놓고 기분이 좋아져 바라본다.


내 작은 화장솜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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